이 주 전에 전주에 들렀던 사진작가 염유진 씨를 서울에서 다시 만나 함께 전주로 내려왔다. 내려오는 길에 ‘호암미술관’에 들러 현재 전시 중인 ‘루이즈 부르주아’의 작품들을 마음껏 감상했다.

이번 전시는 2025년 8월 30일부터 2026년 1월 4일까지 열리는 ‘루이즈 부르주아: 덧없고 영원한’으로, 작가의 70여 년에 걸친 예술 세계를 아우른다. 총 110여 점의 작품이 출품되어 있으며, 그중에서도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그녀의 대표작 ‘거미(Maman)’ 시리즈다.

부르주아는 이 거대한 거미 조각을 통해 어머니의 모성과 보호 본능을 표현했다. ‘Maman’은 프랑스어로 ‘엄마’를 뜻하며, 작품 규모가 매우 크고 위엄이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크기가 다른 여러 점의 거미 조각들이 함께 전시되어 있어, 작품이 지닌 상징성과 감정을 다양한 시선에서 느낄 수 있었다.

루이즈는 1911년 프랑스 파리 근교에서 태어났다. 부모는 고미술품 복원가로서 주로 ‘태피스트리(직물 벽걸이)’ 복원 작업을 했다. 어린 루이즈는 부모를 도우며 종종 벽걸이의 밑부분에 잘려나간 다리나 팔을 다시 그리는 일을 맡았다. 그 시절부터 그녀의 마음속에는 ‘몸의 일부’, ‘부재(不在)’, ‘상처’라는 이미지가 자리 잡았고, 이는 평생 그녀의 예술 세계를 지배하는 주제가 되었다.

‘The Runaway Girl’, circa 1938, Oil

그녀의 작품들은 모두 마음의 상처에서 태어난 조각들이었다.
루이즈에게 가장 깊은 상처는 아버지였다. 그는 집안의 가정교사였던 젊은 여인과 오랜 세월 공개적인 불륜 관계를 맺었고, 그 사실을 어머니와 딸 모두가 알고 있었다. 어린 루이즈는 그 상황을 ‘배신의 잔혹한 연극’이라 불렀다. 그녀는 평생 그 상처를 예술로 승화시키며 이렇게 말했다.

“내 작품은 아버지에 대한 복수이자, 그리움이다.”

일찍 병으로 세상떠난 남편, 그리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아버지에 대한 분노로 인하여, 고독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그러나 그녀는 좌절하지 않고 그 모든 감정들을 조각과 설치 예술로 표현하면서 이겨냈다. 그녀는 또한 “예술은 고통을 치료하지 않지만 그것을 견딜 수 있게 만들어 준다.”는 위대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위대한 작가의 세계를 마주하고 돌아온 오늘 밤, 마음이 숙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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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맑고 고요했다. / 13도 /

염유진 작가가 다시 전주까지 나를 자신의 자동차로 데려다주었고, 내일 아침에 서울로 올라간다. 고마운 벗.  / 강남 세브란스 병원에서 두번째 주사를 맞고왔다.

전시장 안에서 나도 환하게 웃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