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데 한글이 숨었는 걸

팔십 넘어 알았다.

낫 호미 괭이 속에

ㄱ ㄱ ㄱ

부침개 접시에

ㅇ ㅇ ㅇ

달아놓은 곶감에

 

제 아무리 숨어봐라

인자는 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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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십을 넘어 한글을 깨우친 정을순 님의 시〈숨바꼭질〉을 읽다가 깜짝 놀랐다.
이토록 순수하고 정감 어린 시를 쓰다니!
시가 무엇인지, 어떻게 써야 하는지도 모른 채 써 내려갔을지라도
그분의 시 안에는 여러 겹의 의미가 담겨 있다.

“팔십 넘어 알았다”는 구절에는 세월의 깊이와
늦은 나이에 한글을 깨친 노년의 환한 기쁨이 함께 스며 있다.
평생 손에 쥐고 살아온 낫, 호미, 괭이, 부침개, 곶감 같은 생활의 도구 속에
한글이 숨어 있었다는 깨달음은 그야말로 놀랍다.

정을순 님에게는 삶이 곧 문학이고, 문학이 곧 삶이었다.
글을 배우지 않아도, 시를 배우지 않아도
그분의 언어에는 세월을 견딘 손의 온기와 마음의 진실이 있다.

또한 직접적인 종교적 언급은 없지만,
“제 아무리 숨어봐라 / 인자는 다 보인다”는 구절에는
마치 신앙적 각성, 혹은 영혼의 눈이 열리는 듯한 뉘앙스가 느껴진다.
삶의 말미에서 찾아온 어떤 빛의 순간이 거기에 있다.

이 시는 시각적으로도 아름답다.
‘ㄱ ㄱ ㄱ, ㅇ ㅇ ㅇ, ㅎ ㅎ ㅎ’의 반복은
마치 그림처럼 리듬을 만들어내는 시각시(視覺詩)처럼 느껴진다.
일러스트 작가가 덧붙인 그림 또한 따뜻하고 정감이 간다.
낫과 호미, 곶감이 어우러진 그 풍경은
시와 그림이 만나 하나의 정물화로 피어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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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오전에는 맑았고 오후에는 흐렸다. / 13도 / 교회 다녀오다. /

전주 강림교회는 1, 2부 예배를 마친 후 오후 1시 40분부터 기독교적 교양과 예술 분야를 아우르는 다양한 시간을 갖는다. 오늘은 미켈란젤로의 그림 〈천지 창조〉와, 그가 시스틴 성당(Sistine Chapel) 천장을 그리는 과정을 다룬 드라마 일부를 함께 감상했다. 이런 시간을 가지면서 교우들의 신앙도 발전시키며, 또한 교우들의 교제도 돈독해 짐을 알 수 있다. 이 교회가 왜 이렇게 성장하고 있는지 알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