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에는 아직도 백일홍이 피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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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 안에는 이제 아는 얼굴들이 제법 많아졌다.
예전엔 밀치고 지나가던 할매들도, 내가 “밀치고 가랑께!” 하고 먼저 농을 치면
헤헤거리며 웃고 지나간다.
“허허허, 이게 또 뭔 일이랑가? 나도 여기 물들어 내 규칙 다 깨져뿌렸나?”
싶다가도, “아니제 아니라구!” 하며 혼자 웃픈 표정을 지어본다.

얼마 전부터 나한테 슬쩍 말 걸던 그 아저씨(아직 할배라 부르기엔 조금 이른 얼굴)가
요즘은 거의 매일 보인다.
나는 시침 뚝 떼고 내 줄로 걸어가는데, 가끔은 가까이 스쳐 지나가기도 한다.
첫날 내가 잠깐 전주에 왔다고 하자, 어디서 왔냐 묻길래
캐나다 밴쿠버 섬에서 왔다고 했더니 눈이 동그래졌던 그 아저씨.

그러더니 며칠 전, 운동 끝나고 수영장을 나가려는데
내 뒤를 쪼르르 따라오더니 명함을 쥐여주는 게 아닌가.
이름을 뭐라고 했는데 내가 자기 이름을 기억 못할까봐서인지
그는 끝까지 자기 이름을 확실히 알려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명함을 보니 평생 사진 찍은 사람.
‘그래, 뭐. 어쩌라고.’ 하고 그냥 지나갔다.

그런데 오늘, 이 아저씨가 내 옆으로 슬쩍 와서 하는 말.
“나도 캐나다 좀 데려가주소.”
세상에나. 이게 또 무슨 황당 고백이여?

내가 어이가 없어
“아저씨, 나 우리 아저씨는 어쩌고요? 그리고 당신 아줌마는 어쩌실라요?” 하니
주저도 안 하고
“긍게, 그게 좀 글키는 한디… 뭐, 방법을 강구해봐야제잉?”
하고 능청을 떤다.

이건 바람둥인가? 진한 농담꾼인가?
암튼 성격 삭삭하고 말 많은 사람인 건 확실한디,
나 같은 할매 꼬셔서 뭐가 득이 된다고 저럴까 싶다.

그리고 솔직히—
내가 뭐가 아쉬워서 지금 아저씨, 할배랑 로맨스 소설을 또 한 편 쓰겠는가.
지나온 세월도 할 말 투성인데, 새 챕터를 또 추가하라면 피곤허다, 피곤혀.

그런데 내가 물속에서 궁시렁댄 걸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아저씨는 운동을 마치고 군인처럼 딱 정자세로 경례를 하더니
남자 탈의실로 씩 씩 들어갔다.

어메, 참말로 요상한 구경이여잉~
처음부터 누가 우리의 대화를 들었다면
아마 뭔 일 나는 줄 알았을 거다. 히히히.

나는 오늘도 이 짭짤한 재미를 챙기며
기분 좋게 수영장 문을 나섰다.

… 나 아직 괜찮은가뵈?
그런가? 아닌가? 누가 듣지는 않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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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낮은 ‘전주 강림교회’ 노인대학이 열리는 날이다. 오늘도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즐거운 여흥 시간이 이어졌다. 비록 앉아서 하는 운동이지만, 팔 운동부터 옆 사람 두들겨주기까지 웃음과 해학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김경자 강사의 율동은 단연 최고였다. 모두가 신나게 흔들고 비틀며 따라하니, 이렇게 즐겁게 지내는 분들은 오래도록 건강하게 살 것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정말 최고였다.

날씨 : 어제보다 많이 풀렸다. / 수영장 다녀오다. / 수요예배 참석 / 매일 스케쥴 빡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