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날씨 답지않고 따뜻한 햇살을 만끽하며 작가 김병종씨(남원출신)를 그림으로 만나고 왔다. 남원에있는 ‘남원시립김종병 전시관’은 모던한 건축양식에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이기에 충분한 공간과 훌륭한 그림들로 가득했다. 이 미술관은 그의 예술적 업적과 정신을 기리며 설립된 공간이다.

들어가는 입구에는 높이 솟은 ‘춘향탑’이 먼저 눈길을 끌었다. 소설 속 이도령과 춘향을 떠올리며, 나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겔러리아 1–4층 라운지에는 그가 이탈리아어 문구 ‘안코라 임파로(Ancora imparo)’를 적어두었다. 직역하면 ‘나는 아직도 배우고 있다’ 또는 ‘아직 배우는 중이다’라는 뜻이다. 이 말은 미켈란젤로가 만년에 자신의 스케치북 끝에 남긴 글로 알려져 있다. 단순한 격언을 넘어, 평생 학습과 성찰, 그리고 겸손한 태도를 상징하는 문장이다.

김병종 작가가 이 문장을 선택했다는 것은, 그 역시 ‘안코라 임파로’의 정신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임을 보여준다. 끊임없이 배우고, 새로움을 받아들이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그의 의지가 이 한 문장 속에 담겨 있다.

그의 대표 연작인 ‘생명의 노래’, ‘바보예수’, ‘송화분분’, ‘풍죽’ 등은 생명과 존재에 대한 깊은 사유를 담고 있다. 그는 유럽의 여러 도시를 여행하며 만나게 된 풍경과 정서를 한국적 감성에 녹여내어, 고유하면서도 보편적인 아름다움을 창조했다. 서로 다른 문화와 색채를 결합해 낸 그의 감각은 천재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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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종 전시관 투어를 마치고 곧바로 ‘아담원’으로 향했다. 아담원은 이름 그대로 아담하면서도 깊이 있는 공간이었다. 넓게 탁 트인 내부는 여백의 미가 살아 있고, 창 너머로 보이는 바깥 풍경은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고요하게 펼쳐졌다. 무엇보다 의자에 몸을 싣는 순간, 온몸의 긴장이 스르르 풀릴 만큼 편안했다.

그곳에서 우리 일행은 몇 시간 동안 거의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차를 마시고 음악을 들었다. 바람결에 은은하게 섞여오는 차향과 잔잔한 선율이 마음속까지 스며들었다. 시간의 흐름마저 느껴지지 않았다. 남원에 이런 공간이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웠다.

아담원의 가장 큰 장점은 머무는 것만으로도 휴식이 되는 공간이라는 점이다. 북적이지 않고, 과하게 꾸미지도 않으며, 그저 자연과 사람을 조용히 품어주는 듯한 분위기가 있다. 여행자의 발걸음을 잠시 멈추게 하고, 마음을 비우고 다시 채울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곳이다. 남원은 정말 아름다운 도시, 예술의 도시다. 눈과 귀, 마음까지 쉬어가는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 되었다. 남원, 꼭 다시 가고 싶은 도시다.

*** 귀한 시간을 내어 운전해 주고 점심 (추어탕-너무 맛있어서 깜빡 죽는다.)과 다과와 커피를 사주신 송성희장로님과 김옥희 권사님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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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10도 / 햇볕 / 미켈란젤로나 김병종작가 뿐만 아니라 나 엘리샤도 외친다.

                                                    ‘안코라 임파로’ (나는 아직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