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에서 퇴실하며 이른 아침부터 짐을 꾸렸다. 딸이 내 책을 빅토리아로 가져가기 위해 커다란 가방 두 개를 챙겨왔는데, 넣고 보니 제법 짐이 많았다. 우리는 이 짐을 다음 행선지인 ‘조선호텔’에 미리 맡겨두고 몸만 가볍게 전주로 내려가기로 하고 호텔을 나섰다.

아침 8시 반, 택시는 조선호텔을 향해 출발했지만 도로는 전혀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호텔을 나온 지 50분이 지났는데도 제자리걸음. 결국 우리는 조선호텔로 가는 계획을 포기하고, 바로 용산역으로 방향을 틀었다.

기차 시간은 10시 53분. 그런데 용산역으로 향하는 길 역시 꽉 막혀 있었다. 택시 안에서 우리는 속으로 “제발 길 좀 뚫려라…” 하며 바람을 걸어보았다. 동시에 최악의 상황, 즉 기차를 놓치는 상황도 마음속으로는 이미 받아들여야 했다. 다음 기차를 타면 되지, 어차피 오후엔 다른 약속도 없으니… 하고 스스로를 다독이자 마음이 조금은 편해졌다.

창밖으로 보이는 서울은 자동차의 물결이 끝도 없고, 차 안의 사람들 얼굴도 잔뜩 굳어 있었다. 모두가 급해 보이고, 경적 소리도 여기저기 울린다. 바쁜 마음으로 바라보니 새치기라도 하듯 비집고 들어오는 차들이 얄밉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사람들은 왜 이렇게 바쁘게 살아야만 할까?” 문득 생각이 들었다.
옛날에는 동틀 무렵 천천히 일어나 호미와 괭이 들고 들판으로 나가 시원한 공기 마시며 하루를 시작했을 것이다. 해가 지면 다시 걸어서 집으로 돌아와 아내가 차려준 된장국과 보리밥을 감사히 받아먹고… 그렇게 단순하고도 넉넉한 하루. 우리는 그 시절을 결코 불행이라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젯밤 강남에서 여의도로 가는 택시에서도 똑같이 길이 막혀 있었는데, 오늘 또 이 풍경을 보니 ‘아, 이제 두 손 들고 조용한 밴쿠버 섬으로 서둘러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하루 종일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이어 내 입에서는 나도 모르게 이런 탄식이 새어 나왔다.

오, 서울아. 너 참 대단하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다행히 길이 뚤려서 간신히 예정된 기차를 잡을 수 있었다. 우리를 한곳이라도 전주의 명소들을 더 보여주려 애쓰는 교우님 때문에 못다한 구경을 했다. 저녁에는 또 겨울 목도리와 수놓은 부채를 직접 가져와서 선물로 주고간 교우도 있다. 따뜻한 이 전주강림교회 교인분들을 나는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모두에게 감사드린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 호텔 로비에 진열되어있는 아주 큰 책상위의 컴퓨터가 새롭게 눈에 들어온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김종재 장로님 부부와 김영래 집사님 부부 – 어제 사진이 못 올라와서 오늘 올린다.

날씨 : 맑음 /  -5라서 매우 쌀쌀하다. / 그외 연화교, 유명한 대성당, 명천재 찾집등을 두루 다녀왔다. / 휴~ 지금 휴식으로 들어간다. 내일도 강행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