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전주를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붕어빵 아줌마를 다시 만나게 됐다. 딸과 함께 바람막이 비닐을 젖히고 들어가자 아줌마는 나를 알아보고 “어묵!” 하며 먼저 오뎅을 내밀려 한다. 내가 “아뇨, 아줌마가 며칠 문 닫으셔서 우리는 전통시장 가서 오뎅 사 먹었어요 대신 오늘은 붕어빵을 먹겠어요.” 하니, 아줌마는 여유롭게 웃으며 붕어빵 기계를 돌리고 있다.
지난번에 들은 이야기로는, 두 번째 남자가 사고로 세상을 떠나면서 보험금이 나와 작은 식당을 차렸고 그 옆에서 붕어빵과 오뎅 장사를 하고 있다고 했다. 미장원에서 전해 들은 소문에는 아줌마가 요즘 세 번째 남자와 잘 지내고 있다는 말도 있었다. 지난번 처음 봤을 때도 나에게 자신의 인생사를 막힘없이 털어놓았던 분이라, 이번에도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이어질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지금 만난 남자 얘기가 궁금해요” 하고 묻자, 아줌마는 “잉, 그거. 내가 사람 하나 실어준 거지잉. 결혼은 안 하고 걍 살어” 하고 대답했다.
세 번째 남자는 착하기로 유명해, 단체 관광을 가는 노인들을 무료로 도와주곤 했다고 한다. 그러다 어느 날 배를 타려던 노인들이 표값 1만 원도 없다며 공짜로 타려고 하자, 그 남자가 급하게 아줌마에게 SOS를 쳤다고 한다. 아줌마는 현금을 건네 위기를 넘기게 해주었고, 이후 그에게 “인생은 받으면 줄 줄도 알아야지, 남의 것만 따먹으면서 살면 안 된다”며 그런 일은 그만두라고 단단히 일렀다고 한다. 그렇게 둘은 오순도순 싸움 없이 잘 지내고 있다고 한다.
아줌마는 팔뚝도 굵고 기운도 넘쳐서, 여러모로 남자 못지않은 카리스마가 있다. “나는 집이 가난해서 중학교만 나오고, 고등학교는 야간으로 다녔지만 머리는 명석해서 점수는 늘 좋았지잉” 하고 자신 있게 말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내가 남은 책 한 권을 건네며 사인을 해주니, 아줌마는 책을 가슴에 꼭 안고 “귀하게 받아야 쓰겄다”며 행복해했다. 책 읽기를 좋아한다는 말에 나도 기분이 좋았다. 헤어질 때 나는 “저 곧 캐나다로 출국해요. 다음에 올 때까지 건강하시고 성공하세요”라고 인사했다.
그러자 아줌마는 미소 지으며 이렇게 말한다.
“난 이미 성공했제라. 이렇게 살아있응게, 이게 바로 성공 아니것소?”
그 말을 들으며 언니 집으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아줌마의 마지막 한마디가 자꾸 마음에 울린다.
“인간은 말여 서로 나누고 살아야혀, 우리 살아있응게 다 성공했소.”
박미자 아주머니, 참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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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대로 지금 서울에 도착해서 저녁을 먹은 후 딸아이는 피곤하다며 잠이 들었다. 이번에는 버스로 왔는데 시간은 50여분 더 걸렸지만 아주 편안하게 왔다. 버스는 중간에 15분간 휴게소를 다녀오게 했다. 서울은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온통 화려하다. 내가 머물고 있는 웨스턴 조선호텔도 품위있게 곳곳에 성탄 장식을 해 놓았다. 이곳에 들어온 사람들의 옷차림이 예사롭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