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을 자면, 올해 한국에서의 체류도 끝이 난다. 떠날 시간이 다가온다고 생각하니 마음 한켠이 벌써 허전해진다. 서울의 공기, 사람들, 시장의 활기, 밤거리의 환한 불빛까지… 마지막 밤이라 그런지 하나라도 더 눈에 담아두고 싶다.

낮에는 딸아이가 사촌언니와 함께 남대문으로 나가 마지막 쇼핑을 했다. 사촌언니는 일이 있어 먼저 돌아갔고, 딸아이는 혼자 남아 꼭 사고 싶은 것들을 사겠다고 시장을 한참 돌아다녔다고 한다. 그러다 흥미로운 사실 하나를 알아챘다. 한국인에게는 조금 싸게, 외국인에게는 가격을 더 붙여 파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딸아이는 조카 터너에게 줄 축구 저지를 사기 위해 직접 흥정을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5만 원이라는 가격에서 5천 원만이라도 깎아보자는 생각으로, 우선 한국말을 또박또박 하자는 전략을 세웠다고 한다.

“저, 이거 얼마예요?”
그러자 가게 아저씨가 잽싸게 “오만 원! 아주 싸요!” 하고 외쳤다.

딸아이가 “음… 조금 비싸네요” 하며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자, 아저씨는 급히 불러 세웠다.
“아이고, 남는 거 없어요! 다른 데 가도 다 똑같아요. 5만 원이면 아주 싸요!”

딸아이는 한국 사람들이 흥정하는 걸 들으며 배운 그대로 밀고 당기기를 시도했다. 몇 번 실랑이 끝에 결국 4만 5천 원에 거래가 성사되었다. 그런데 돈을 건네는 순간, 딸아이의 어색한 한국 발음을 눈치챘는지 아저씨가 웃으며 말했다.
“아니, 이제 보니 미국 사람이네? 허허허.”

“왜 그래요? 나 한국말 잘 하는데요. 나 열심히 한국말 잘 하는데요. 왜 그러세요?”라고 딸네미가 그 아저씨 한테 말했다. 그런데 그 아저씨가 우리 딸네미 한테

얼굴은 100 % 한국사람인데 , 말하는것은 80% 한국 사람이고 20% 는 미국 사람 같애요! 발음이 틀려요.”

아저씨는 더 크게 웃으며 포장을 해주었다. 딸아이는 남대문에서 ‘흥정의 맛’을 제대로 봤다며 들뜬 표정이었다. 외국에서는 보기 힘든 흥정 문화가 신기하고 재미있기만 했단다.

또한 조카 지원이에게 줄 손흥민 이름 새겨진 져지도 샀다. 가게에서 바로 이름을 박아주었는데, 10만 원이라는 비싼 가격에도 지원이가 얼마나 좋아할지 생각하니 덥석 사버렸다고 한다.

딸은 하루 종일 시장을 걸으며 먹거리도 사 먹고, 캐시미어 스웨터도 아주 싼 가격에 세 벌이나 샀다(한 벌에 6만 5천 원). 내일 아침에도 다시 남대문으로 ‘출근’하듯 갈 거라며 신이 나 있다.

꼬마 남자 조카의 잠옷을 사는 과정에서는 또 황당한 일도 있었다. 소재가 합성섬유라 그냥 돌아서 나오려는데, 상인이 등 뒤에서
“아, 면은 안 좋아요! 안 좋아!”
라고 외친 것이다. 몸에 닿는 잠옷이 면이 안 좋다는 기막힌 주장까지, 한국 시장에서만 들을 수 있는 풍경이라며 딸은 한참을 웃었다. 지나가던 상인들의 “구경은 공짜요~ 공짜!”라는 외침도 재미있다며 내일도 시장에서 하루를 시작하겠다고 했다.

저녁에는 맛있게 식사한 뒤, 네온사인이 반짝이는 명동과 신세계 앞 거리를 잠시 거닐었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풍경을 즐기고, 호텔 라운지에 올라 포도주 한 잔 나누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이제 정말 마지막 밤이다. 창밖으로 내려다보이는 서울의 야경을 바라보니 또다시 오고 싶은 마음이 가득 차오른다. 이 활기, 이 정겨움, 이 따뜻함을 떠나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한국은 올 때마다 다시 오고 싶은 나라가 된다. 비록 내일 떠나지만, 마음은 이미 다음 여행을 기다리고 있다.

즐거웠던 여행, 치료를 받으며 오가던 KTX, 전주강림교회의 많은 교우들, 책을 사주고 응원해준 지인과 팬들, 그리고 가족들까지… 모두에게 감사한 마음뿐이다. 특히 병원 경비를 전부 부담해준 전주 언니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우리는 내일 오후 Air Canada 6시 40분 비행기로 떠난다.

https://www.youtube.com/watch?v=k9knWx7EIW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