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여름 우리집 화단에 화려하게 피었던 ‘한련화’ 2022년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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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에서 어제는 얼굴을 못 봤던 할매들을 많이 만났다. 늘 친하게 지내던 할매 둘은 물속에서도 펄쩍펄쩍 뛰며, 마치 어린아이들처럼 신나게 내 쪽으로 달려왔다. 그 모습을 보니 나이가 들어도 감정만큼은 조금도 늙지 않는구나 싶어, 나도 덩달아 신이 났다. 물은 허리까지 차 있었지만 마음은 이미 물 밖으로 튀어 오르고 있었다.
그동안 나와 그리 가깝지 않았던 할매들까지 하나둘 다가와 말을 건넨다.
“아니, 왜 그동안 안 보였어?”
그 한마디에 내가 이 작은 공동체 안에서 사라진 존재는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괜히 마음이 따뜻해졌다. 어떤 할매는 더 대담하게 웃으며 이렇게 말한다.
“그동안 우리 중에 아무도 안 죽었어.”
순간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렇다. 나이로만 보면 이제 ‘죽음’이라는 단어가 모두의 코앞에 와 있는 셈이니, 저런 농담도 농담이 아니라 현실에서 건져 올린 유머다.
이 수영장이라는 작은 공동체 안에도 말없이 스며드는 정이 있다. 서양 사람들은 예의는 바르지만 다소 건조하다는 말도 듣지만, 각자의 자리를 지키며 다른 사람에게 방해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살아가는 모습은 분명 배울 점이 있다. 무슨 일이든 강권하지 않고, 남의 뒤를 두고 수군대지 않으며, 필요한 만큼만 다가오는 거리감 또한 이곳의 큰 장점이다. 조용하지만 무례하지 않고, 차분하지만 차갑지는 않다.
그러다 내 얼굴을 한참 들여다보던 한 할매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한다.
“아니, 그동안 어떻게 된 거야? 엘리샤, 자기 얼굴 맞아?”
그제야 나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 거울을 볼 때마다 나 역시 느끼고 있던 변화였다. 점도 빠지고 검버섯도 사라지니 얼굴이 한결 훤해졌다. 이래서 여자들이 기를 쓰고 얼굴을 가꾸는구나 싶다가도, 얼떨결에 점 빼고 검버섯 떼어낸 일에 괜히 자부심이 생긴다.
물속에서 나눈 몇 마디 인사와 웃음, 농담 섞인 안부 속에 오늘 하루의 기운이 고스란히 담겼다. 나이 들어도 이렇게 서로를 알아보고, 반가워하고, 변화를 눈여겨봐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우리동네 수영장은 작은 마을이다. 여기서 피어나는 온갖 웃음소리, 그것만으로도 이 수영장에 올 이유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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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지금 밖은 비가 아주 많이오고 있다. 햇볕 보기가 힘들다. / 10도 / 수영장 다녀오다. / 옛 교우 두분이 점심시간에 잠시 다녀갔다. /
내 책 ‘아일랜드 이야기 1’을 펴낸 ‘지식과 감성’에서 아래 독자들에게 서평을 부탁했는데 이분들의 서평이 궁금한 분들은 아래 링크로 열어볼 수 있다. 서평들을 잘 해주서어 고맙고 감사하다.
https://blog.naver.com/iavirus/224111792081
https://blog.naver.com/age1821/224104853390
https://blog.naver.com/rollpiano/224106299749
https://blog.naver.com/tlrhftptkd/22411074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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