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대로 박양근 교수님이 부산에서 오셨다. 빅토리아에 한 시간 남짓 연착을 했지만, 오랜만에 뵙는 교수님과의 만남은 그 자체로 반가웠다. 지금은 하숙 선생님과 함께 모두 잠자리에 들었고, 나는 조금 늦은 시간에 컴퓨터 앞에 앉아 하루를 정리한다.
박교수님은 우리 집 하숙 선생님과도 여러 번 이 집에서 만난 사이다. 교수님이 오시면 두 분은 자연스럽게 동행이 된다. 함께 여행도 떠나고, 문학이라는 공통의 화두를 놓고 이야기가 잘 통하니 대화가 끊이지 않는다. 종교는 다르지만, 삶을 바라보는 태도와 사람을 대하는 결이 닮아 있다.
저녁 식탁에 앉아 내가 말했다. “불자이신 교수님도 제가 기도하는 데 동참하시는 거지요?” 교수님은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올해 성탄절 저녁은 이렇게 불교 신자인 박교수님과 함께 보내게 됐다. 이십여 년을 이어온 인연 덕분인지, 교수님은 이제 이웃집 아저씨처럼 편안한 존재다. 종교가 다르다는 사실은 그저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할 기회를 줄 뿐, 거리나 불편함이 되지 않는다.
생각해 보면, 종교를 내세워 싸운다는 것은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어느 쪽에서 먼저 시비를 걸든, 그것은 신앙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품격 문제다. 종교는 사람을 나누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오늘 저녁 식탁에서 느낀 편안함은, 서로의 믿음을 존중할 때 관계가 얼마나 자연스러워질 수 있는지를 조용히 증명해 주었다. 다른 종교를 가졌다는 사실보다, 같은 식탁에 앉아 웃고 기도할 수 있다는 사실이 훨씬 더 중요했다. 이런 시간이 쌓여 인연이 되고, 인연이 삶을 넓혀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