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발간됐던 얇은 책자 ‘좋은생각’ 에서 만화가 박인권 님이 쓴 「엄마의 국수」를 다시 읽게 되었다.
짧은 글이었지만, 읽는 내내 가슴 한쪽이 저릿해졌다.
이야기는 작가의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느 날 엄마는 아이에게 국수를 사 오라는 심부름을 시켰다. 그때만 해도 국수는 지금처럼 봉지에 담겨 나오지 않았다. 동네 구멍가게에서 건조 국수를 신문지에 동그랗게 말아 팔던 시절이었다. 쌀이 귀해 밥 한 끼 해 먹는 것도 쉽지 않던 때, 국수는 귀한 끼니였다.
그날은 오전 내내 비가 내려 비포장 골목이 온통 질퍽한 흙탕물 천지였다. 아이는 국수를 품에 안고 조심조심 걷다가 그만 미끄러지고 말았다. 안고 있던 국수는 손에서 벗어나 사방으로 흩어졌고, 국수 가락마다 흙탕물이 잔뜩 묻어 엉망이 되었다. 아이는 어쩔 줄 몰라 그 자리에 쪼그리고 앉아 눈물을 흘렸다.
한참이 지나도 아이가 돌아오지 않자 엄마는 골목까지 나왔다. 그리고 구석에서 울고 있는 아이와, 바닥에 흩어진 국수 가락을 보았다. 혼이 날 줄만 알았던 아이에게 엄마는 뜻밖의 말을 건넸다.
“개안혀. 다시 사문 되능겨. 비싼 것두 아닌디, 사내눔이 기딴 거루 질질 짜면 우떡혀?”
엄마는 아무 일 아니라는 듯 아이를 다독이며 미소까지 지어 보였다. 아이는 그 말에 울음을 멈출 수 있었다.
그날 저녁, 식구들은 새로 사 온 국수로 저녁을 먹었다. 그런데 엄마는 방에 계시지 않았다. 잠시 뒤 아이는 부엌에서 무언가를 씻고 있는 엄마를 발견했다. 엄마는 아이가 흙탕물에 떨어뜨린 국수 중 그나마 온전한 가락만 골라 조용히 물에 씻고 있었다. 아무 말 없이,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게 말이다.
엄마가 세상을 떠난 지 47년이 지났지만, 작가는 여전히 그 장면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린다고 했다.
그 시절의 엄마들은 다 그랬다. 먹을 것이 귀했던 시대, 엄마들은 늘 김치의 꼬랭이만 드셨고, 생선도 대가리만 집어 드셨다. 나 역시 어릴 땐 우리 엄마가 생선 대가리를 유난히 좋아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커서 보니 그건 우리 집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 시절 한국의 모든 엄마들이 자식에게 생선 살 한 점이라도 더 먹이려고
“나는 생선 대가리가 좋다.”
하며 생선 대가리를 찬양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생선 대가리에는 살이 거의 없다.
쌀이 떨어지면 보리쌀에 고구마를 섞어 밥을 지었고, 수제비와 국수는 당시 밥 대용이었다. 반찬이 없으면 맹 물에 고추장 한 숟갈 풀어 밥을 말아 먹던 시절이었다. 그런 시절에 엄마들은 늘 자기 몫을 뒤로 미뤘다. 자식 앞에서는 괜찮다, 배부르다 말하면서, 부엌 한켠에서 남은 것을 조용히 삼켰다.
「엄마의 국수」는 거창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나 그 한 그릇의 국수 안에는
그 시절의 가난과, 말 없는 사랑과, 엄마라는 존재의 깊이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래서 작가는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그날 부엌에서 국수를 씻던 엄마의 등을
잊지 못하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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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흐림 / 8도 / 오전에 볼 일이 있어 어제와 마찬가지로 오후에 수영장에 가 혼자 운동을 했다. 친한 할매들이 보이든, 보이지 않든 상관없다. 하루의 운동량을 채우는 것, 그것이 나의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