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 딸이 집에 왔다.
페리에서부터 배가 고프다며 배에서 사 먹을지, 집에 와서 먹을지 묻는다.
무슨 소리냐며 엄마 밥이 최고라고 했더니 조금만 참겠다고 웃는다.
저녁까지와의 시간이 많지 않아서 부추와 김치를 넣은 전을 몇 장 부쳐 주었더니
개눈 감추듯 순식간에 사라졌다.
저녁은 딸이 좋아하는 돌솥 된장찌개와 돌솥밥, 그리고 김치였다.
“엄마, 식당 같다”는 말과 함께 밥그릇이 깨끗해졌다.
딸과 나의 사는곳은 캐나다 맨 동부 끝에서 서부 끝까지의 거리다.
이렇게 집에 들를 수 있는 시간이 귀하다.
출장 일정이 이쪽으로 잡히면 하루 이틀 머물다 간다.
밥을 먹으며 이번에 밴쿠버의 한 병원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준다.
핼리팍스에서 미리 예약하고 간 응급실에 회사 제품을 판매하고 나오던 길이었다.
차에 타자마자 문득 생각이 나서, 조금 전 만났던 응급실 직원에게 전화를 했단다.
당신네 병원 수술실에도 이 장비가 필요할 것 같으니 담당자를 소개해 달라고 했다.
그 직원은 친절하게 수술실 책임자에게 이 제품에대한 설명을 꼭 한번 들어보라는
이메일을 넣어 주었고, 딸은 그 메일을 카피해서 담당자 이름을 알아냈다.
곧바로 이메일을 보내 수술실 담당자에게 보내면서 다음 날 아침 10시에 찾아가겠다고 했지만
오늘 아침까지 답장은 오지 않았다. 그래도 딸은 주저하지 않고 병원 수술실로 갔다.
수술실 앞에는 ‘관계자 외 출입 금지’라는 문구가 크게 붙어 있었다.

딸이 잠시 망설이던 중 관계자 한 사람이 문을 열고 들어가기에 조심스레 따라 들어갔다.
마침 지나가던 사람에게 수전(가명)을 찾는다고 하자,
그 사람이 바로 자신이 수전이라고 하면서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딸은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면서 망설이지 않고
나는 핼리팍스에서 비행기를 타고 왔고, 어제 메일을 보냈는데 당신으로부터 답이 없어 직접 찾아왔다고 말했다.수전은 캐나다 동부 끝에서 왔다는 말을 듣고는 차마 거절 할 수가 없었던지 20분 뒤에 오겠다면서 기다리라고 했단다.
딸은 결국 담당자인 수전을 통해 수술실에도 자사 제품 설명을 마쳤고,
견적서를 보내 달라는 답을 듣고 나왔다고 한다.
여기까지 오면 거의 된 것이라며 딸은 웃었다.
딸이 다니는 회사는
노바스코샤주에 본사를 둔 의료기기 회사 **Ring Rescue Inc.**다.
손가락에 낀 반지를 안전하게 제거하는 장비를 병원과 소방서에 공급한다.
이 제품 구입해서 써 본 곳마다 꼭 필요한 기계라며 해마다 주문이 늘고 있다고 한다.
딸은 이 일을 묵묵히, 그러나 능숙하게 해낸다.
누구보다 문을 두드리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꼭 들어가야겠다는 마음을 먹으면, 길은 늘 어딘가에서 열린다고 믿는다.
어릴 적 말괄량이였던 그 아이에게
이미 이런 기질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오늘, 딸의 이야기를 들으며
세상에는 이렇게 조용히 그러나 강하게 문을 여는 사람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딸은 내일 아침에는 빅토리아 쥬빌리 병간다며 잠 자러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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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햇볕도 많이 나왔고 편안한 날씨였다. / 수영장 다녀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