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 도는 붉은 양념이 무우를 감싸 안으며 입맛을 유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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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잘랐다. 늘 같은 헤어드레서에게 맡긴지 벌써 16년째다.
우리 동네에서 하던 그녀가 11년 전, 샵을 다운타운으로 옮겼을 때도 나는 그대로 따라갔다. 다운타운이다. 어느 도시와 마찬가지로 빅토리아도 파킹은 늘 부담이다. 몇 바퀴를 뱅뱅 돌다가 겨우 자리를 찾기도 하고, 건물 안에 차를 세워 놓고 몇 블록을 걸어가기도 한다.
한 번은 전기 자동차 충전 구역이라는 문구를 제대로 읽지 않고 차를 세웠다가 토잉을 당하기도 했다. 견인된 차를 찾으러 택시를타고 가면서 당황하기도 했고 돈도 많이 들었다.
내가 헤어드레서에게 말은 안 했지만 그 날의 내 글을보고 놀란 그녀가 미술도구 상품권을 큰 돈을주고 사서 내게 건네주었다.
“토잉 당한 기념 선물이예요. 그림 많이 그리세요.”
“아니, 이걸 왜?”
“그냥요. 제가 마음이 편해야 하잖아요.”
그녀다운 따뜻한 마음이었다.
그런데 오늘 머리를 자르면서 들으니, 곧 또 샵을 옮긴단다. 리즈가 끝나서라고 했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번에는 우리 동네 쪽으로 오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 슬쩍 물어보았다.
“혹시 이번엔 랭포드 쪽으로 오는 거예요?”
그녀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직 몰라요. 직원 한 명이 영주권 신청 중이라서요. 제가 어디로 가든 자동차 없는 그 직원이 쉽게 출퇴근할 수 있는 곳으로 맞춰야 해요.”
나는 순간 마음이 따뜻해졌다.
직원을 위해 장소까지 맞추겠다는 주인이라니. 이런 사람이 요즘 세상에 얼마나 있을까.
내가 걱정스러운 마음을 내비치니까 “같이 일하는 사람이잖아요.”라고 말한다.
그 한마디가 참 좋았다. 우리는 다 그렇게 살아야 하는 것 아닐까.
좋은 인연은 특별한 노력 없이도 오래 이어진다. 서로 붙잡지 않아도 그냥 옆에 머물러 있다. 마치 오래된 나무 두 그루가 같은 바람을 맞으며 나란히 서 있듯이.
나는 집을 나서기 전 낮에 맛있게 담근 깍두기 한 병을 가져가 선물로 주었다. 그녀의 딸이 깍두기를 무척 좋아하기 때문이다. 헤어 드레서는 내게 보라색 머리 물감 한통을 선물로 주면서 우리는 서로 바라보며 웃었다.
좋은 인연은 끝까지 간다. 그냥, 서로 붙어 있는 것이다.

사실 마지막 문구 “나 이제 하숙비 두 배 낼께요.”는 AI가 만들어낸 말이다. 허 허 허 녀석도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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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흐림 / 13도 / 머리 자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