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야채튀김으로 고소한 밥상을 차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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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에서 운동이 끝난 뒤, 늘 내 곁에서 운동하는 에레나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녀는 주위 사람들에게 언제나 웃으며 상냥하다. 나는 평소 궁금했던 것이 있어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에레나, 뭐 좀 물어봐도 될까?”

“물론이지, 엘리샤.”

“음… 자기는 물속에서 운동하면서 늘 껌을 씹고 있잖아. 특별한 이유가 있어? 아니면 그냥 껌 씹는 게 좋아서?”

에레나는 잠시 웃더니 조용히 말했다.

“아, 그거 말이지 이유가 있어. 내가 우울증 약을 먹거든. 그런데 약 종류가 꽤 많아. 한 움큼 약을 먹고 나면 입 안이 너무 말라. 그래서 껌을 씹어 침이 나오게 하는 거야. 남들이 보기엔 좀 이상할 수 있는 거 알아. 그래도 건강 때문에 어쩔 수 없어. 어느 날 강사가 물속에서 껌 씹지 말라고 경고했는데 내 사정을 듣고는 이해해 주었어.”

나는 깜짝 놀라 말했다.

“어머나, 몰랐어. 자기는 늘 밝게 웃고 다니잖아. 우울증이라니 믿기 어려워.”

에레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엘리샤 그거 알아? 미국의 아주 유명한 코미디언 로빈 윌리엄스 말이야. 천재적인 말솜씨와 코미디로 세상 사람들을 많이 웃게 했던 사람이었지. 따뜻한 연기로 많은 사랑도 받았고. 그런데 그는 63세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어. 나중에 알고 보니 루이소체 치매라는 뇌 질환으로 큰 고통을 겪고 있었다고 하더라. 겉으로는 늘 사람들을 웃게 했지만 속으로는 너무 힘들었던 거지.”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덧붙였다.

“우리 집안에 정신적인 문제가 좀 있어. 그래서 나는 늘 항 우울제 약을 한 줌씩 먹어야 하루를 살아갈 수 있어. 수영장에서 껌을 안 씹으면 한 시간 동안 물을 지금 가지고온 물병의 4 배나  마셔야 해.”

나는 미안한 마음이 들어 말했다.

“어머나… 몰랐어. 미안해.”

그녀의 말을 듣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으로는 그 속사정을 알 수 없다. 남의 사정을 모르면 어떤 말도 쉽게 할 수 없는 법이다.

어제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다. 방송인 정영진이 늘 선글라스를 끼고 나오는 모습이 나는 솔직히 별로 보기 좋지 않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는 종일 받는 방송국 조명 때문에 눈이 많이 상해,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늘 선글라스를 끼고 생활해야 한다고 한다.

하루 사이에 이런 두 이야기를 듣고 보니, 이것이 하나님께서 오늘 나에게 들려주시는 메시지가 아닌가 싶다. 사람마다 말 못 할 사정이 있는데, 나는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 보고 마음속으로 사람을 판단했던 것이다. 알지도 못하고 남을 이상하게 생각했던 일들을 회개하지 않을 수 없다.

수영장에서 만나는 할매들의 모습도 마찬가지다. 나를 포함해 모두들 등이 굽고, 몸이 삐뚤어지고, 절뚝거리기도 하고, 배도 나오고, 물속에 들어올 때 남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그 모습 하나하나 뒤에는 각자의 사연이 있다. 내게도 사연이 있듯이 말이다.

그래서 오늘 마음속으로 다시 다짐했다.

남의 말 하지 말자.
입 꾹.

날씨 : 비오다. / 7도 / 수영장 다녀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