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이면 나는 어김없이 교회로 향한다. 그러나 우리 집 하숙샘은 연세가 팔순을 넘기신 데다 귀가 다소 불편하셔서 설교를 온전히 듣는 일이 쉽지 않다. 그런 이유로 가끔 예배를 쉬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석의 기미가 잦아지는 듯하면 나는 슬며시 엄포를 놓는다. 물론 팔순을 넘긴 하숙샘이 내 엄포에 크게 동요할 리는 없다. 그래도 하숙 할매로서의 기세는 한 번쯤 세워보는 것이다.
허허허.
요즘 나는 AI로 만화를 그리고 있다. 만화를 만들다 보면 소파에 비스듬히 기대어 느긋하게 게으름을 피우는 하숙샘의 모습이 어찌나 우습고 또 귀여운지 모른다. 말풍선 속에 어떤 말을 넣어야 이야기가 더 짭짤해질까 궁리하는 것도 은근히 재미있는 일이다. 그런데 오늘은 이상하게도 문장이 술술 타이핑되어 신이 난다.
아마도 “내일 아침엔 찬밥 한 덩어리뿐일지도 모른다.”는 나의 공갈이 조금은 효력을 발휘했는지, 하숙샘은 얌전히 교회를 다녀오셨다. 요즘은 예배에 더 자주 나가는데, 교회에서 많은 분들이 반갑게 맞아주신다.
나는 원래 신앙을 강요하지 않는 사람으로 이미 주변에서 꽤 알려져 있다. 그저 곁에서 좋은 이웃으로 살아가려 애쓸 뿐이다. 다만 하숙샘에게만은 은밀한 무기 하나가 있다. 바로 식사다.
나는 늘 손에 주걱과 도마, 그리고 칼을 들고 부엌을 지키고 있으니, 하숙샘 입장에서는 꽤 위협적으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이히히히
아, 내가 지금 무슨 글을 쓰고 있는 것인가. 아까 그 말은 슬쩍 잊어도 되겠다. 밤이 깊어지니 엉뚱한 농담이 흘러나온 모양이다.
아무튼 오늘 주일 작전은 대성공이었다. 지금 하숙샘은 화롯가에 앉아 책에 깊이 빠져 있다. 주님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평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우리 하숙샘에게 박수를 보낸다.
박수, 박수다. 짝짝짝 짜악짝~

날씨 : 흐리고 비 / 7도 / 교회 다녀오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