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수영장에 가기 전, 늘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하숙샘이 가장 아끼는 얇은 점퍼의 지퍼와 씨름하는 장면이다.
오늘은 유난히 더 심하다.
지퍼의 시작 꼬리를 겨우 끼워 올리긴 했지만, 그 과정이 거의 전쟁 수준이다.
옆에서 보는 나도 답답할 지경이다.
요즘은 아마존에 가볍고 따뜻한 점퍼가 20불에서 55불 사이로 널려 있고,
60불만 넘으면 새것 중에서도 꽤 좋은 걸 살 수 있다.
그런데도 하숙샘은 이 점퍼를 놓지 않는다.
“이게 가볍고, 가방에 쏙 들어가고, 모자도 있어서 비 올 때 딱이예요.”
정이 들었다는 것이다.
수선소에 물어보니 지퍼 하나 가는 데 65불.
새것보다 비싸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헌 것을 뜯어내는 수고까지 포함하면 그 값이 이해되기도 한다.
나는 이미 열두 번도 넘게 말했다.
“버리시고 새로 사세요.”
하지만 그 말은 그야말로 소 귀에 경 읽기였다.
점심을 먹고 나서 마음을 바꿨다.
“선생님, 재봉틀 좀 꺼내주세요.
이 점퍼, 내가 한번 살려볼게요.”
그리고 더 오래된 다른 점퍼에서 지퍼를 뜯어내기 시작했다.
그 지퍼 하나 떼어내는 데만 한 시간이 넘게 걸렸다.
어찌나 단단하게 박아놨는지, 그것도 두 겹으로… 흠, 흠.
드디어 임시로 지퍼를 맞춰 입혀보는 순간—
“어머나!”
놀랍게도 딱 맞는다.
그 다음은 내 손이 무당의 신기가 발동하는 것 처럼
일사천리로 박음질이 이어지고, 지퍼는 새 생명을 얻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왕 하는 김에… 안에 주머니 하나 달아줄 수 있나요?”
“걸으면서 전화기 넣고 다니게요.”
허 허 허 웃으며 다시 재봉틀 앞에 앉았다.
주머니 작업은 생각보다 금방 끝났다.
완성된 점퍼를 입고 거울 앞에 선 하숙샘의 얼굴에
아이처럼 환한 미소가 번진다.
그 모습을 보니 나도 덩달아 기뻐진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정이 들면 쉽게 버릴 수 없는 법이다.
오늘의 이 점퍼가 그렇다.
몇 시간의 수고가 들었지만,
같은 집에 사는 사람이 행복해하는 그 모습이
결국 내 마음을 더 따뜻하게 만든다.
바쁜 하루였다.
나는 속으로 이렇게 말한다.
나를 늙게 만들 시간아, 아직은 내게 오지 마라.
나 너무 바뻐~

날씨 : 흐리고 비 약간의 햇볕 / 12도 / 수영장 다녀오고 / 옷 수선하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