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수영장 탈의실에서 또 한 편의 드라마가 펼쳐졌다.
쥬디 할매가 팬티를 안 가져왔다며
아무렇지도 않게 바지만 쓱 올려 입는다.
그런데 이 할매,
얼마 전에는 이미 팬티를 입고 있으면서
“내 팬티 어디 갔지?” 하며 찾았다.
정신이 없는 건지, 너무 여유로운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오늘은 더 기가 막힌다.
운동이 끝나고 수영복을 다 벗고 샤워까지 끝낸 뒤,
다시 그 젖은 수영복을 입느라 낑낑거리고 있는 게 아닌가.
그래서 내가 물었다.
“쥬디, 왜 벗었던 수영복을 다시 입어?”
그러자 태연하게 한마디.
“내 가방이 안 보여서 수영장 안에 다시 들어가야 하는데,
벌거벗고 들어갈 수는 없잖아. 그래서 입는 중이야. 하하하!”
참으로 논리적이다. 그리고 매우 여유롭다.
이 할매는 늘 뭔가를 놓치고, 잊어버리고, 또 찾는다.
남편이 치매 걱정에 그렇게 챙긴다는데, 나는 속으로 생각한다.
‘음… 그날이 그렇게 멀지는 않았구나…’
그런데 또 웃는 얼굴을 보면 세상 제일 평온하다.
**옆에서 지켜보던 캐롤 할매도 가세한다.
“나는 말이야, 팬티를 항상 하나 더 가져와. 수건도 하나 더!”
그러면서 예전에 수건 안 가져왔다가
내가 새 타올을 빌려준 이야기를 꺼낸다.
그 이후로는 가방에 항상 ‘예비용’을 넣고 다닌단다.
이쯤 되면 탈의실은 거의 ‘생존 전략 회의실’이다.
**한편, 아주아주 키가 작은 애쉬 할매는 또 다른 세계다.
하루걸러 손톱, 발톱 색을 바꾼다.
어제는 군복 스타일로 나타났다.
“어머, 애쉬! 오늘 패션 특이하다?”
그러자 아주 당당하게,
“나는 늘 외모에 신경 써.”
“그럼그럼, 그래야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속으로는 ‘누가 봐주긴 하나…’ 싶다.
하지만 뭐 어떤가. 다 자기 만족이지.
이렇게들 살아간다. 잊어버리고, 챙기고, 꾸미고, 웃고.
나이는 계속 먹어도 마음만은 여전히 예쁘게 보이려고 한다.
그러다 문득 생각한다.
외모가 한 오십대쯤에서
딱 멈춰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현실은…
거울을 보면 자글자글한 얼굴, 함지박 같은 엉덩이, 뒤뚱거리는 걸음걸이.
그 속에 나도 끼어 있다. 좌충우돌 할매들 속에 깊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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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저녁 메뉴는 감자탕으로~ 어휴, 넘 맛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