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솥에 밥을 먹으면, 사람 사이에 온기가 돈다.
이상하게도 같은 식탁에 앉아 숟가락을 들고 있으면
낯설던 마음도 조금씩 풀어지고, 말문도 자연스레 열린다.

지난주 우리 교회에 등록한 젊은 부부를
어제 저녁 집으로 초대했다.
빅토리아에 온 지 이제 겨우 2주,
모든 것이 아직은 낯설고 어색할 그 시간 속에서
그래도 교회를 먼저 찾아와 자리를 잡았다는 것이
참 고맙고 기특하게 느껴졌다.

이곳에서의 삶이
주님의 보호 안에서 하나씩 자리 잡아가기를,
그리고 신앙도 함께 깊어지기를
마음으로 조용히 기도하며 식탁을 준비했다.

혼자였으면 조금 벅찼을 준비가
하숙 선생님의 손을 빌리니 절반은 이미 끝난 셈이었다.
사람은 역시 둘이 힘을 모으면
일이 가벼워지고 마음은 더 든든해진다.

손님이 오기 한 시간 전,
그 시간은 늘 이상하게도 급행열차처럼 지나간다.
오븐 속에서는 감자가 노릇하게 익어가고,
냄비에서는 따뜻한 숩이 보글보글 끓고,
마지막에는 새우와 단호박 튀김까지
바삭한 소리를 내며 식탁으로 달려왔다.

사실 아침부터 조금씩 준비해 왔지만,
막상 그 한 시간은 늘 전쟁이다.
그래도 그 분주함 속에는
기다림과 설렘이 함께 들어 있다.

드디어 식탁에 둘러앉아
불고기와 샐러드, 옥수수와 오븐에 구운 감자, 따뜻한 숩, 잘 익은 깍두기까지.
그리고 손님이 사온 케이크까지 나누며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처음 만난 자리인데도
어색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웃음이 한 번 터지고 나니
그 다음부터는 마치 오래 알고 지낸 사람들처럼
이야기가 이어졌다.

그렇게 밥을 함께 먹는 시간 속에서
사람과 사람이 이어지고,
낯선 도시에서의 외로움도
조금은 자리를 비켜주는 것 같았다.

역시,
사람 사이를 가장 빨리 이어주는 것은
거창한 말이 아니라 따뜻한 밥 한 끼다.

어제 저녁은 이미 충분히 복된 시간이었다.

날씨 : 맑음 / 수영장 다녀오다. / 조금 늦었지만 정원에 한국 야채들을 심었다. / 성경 필사 오늘 분량까지 착실하게 잘 써 놓고 잠자리로 이동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