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고요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고요한 밤이다.
창밖은 이미 어둠이 내려앉았고, 집 안에는 잔잔한 음악이 흐른다.
나는 작은 스탠드 불빛 아래 앉아 조용히 붓을 든다.
구석에 오래 있던, 손길을 기다리던 작은 항아리를 꺼냈다.
처음에는 그저 까만 그릇이었는데,
조금씩 색을 올리고 선을 더하니 숨결이 들어간다.
학 한 마리를 그려 넣고, 그 곁에 소나무를 얹어 주었다.
달빛 아래 서 있는 듯한 모습이 내 마음까지 고요하게 만든다.
참 신기하다. 이렇게 작은 작업인데도 하루의 마음이 달라진다.
하루에 하나, 비록 작고 느리지만 나는 내 속도로 색을 입힌다.
때로는 몸이 따라주지 않아 붓을 드는 것도 버거울 때가 있다. 눈이 침침해지고 허리가 뻐근해지면 ‘오늘은 그만할까’ 싶은 생각도 들곤 하지만 그래도 다시 붓을 잡는다. 조금만 더, 한 줄만 더 그려보자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그렇게 완성된 작은 그림 하나가 오늘의 나를 위로한다.
내게도 힘듦이 어찌 없겠는가. 살아온 날들만큼이나 쌓인 이야기들이 가끔은 마음을 무겁게도 한다.
하지만 나는 안다. 이 하루도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라 허락된 시간이라는 것을 그래서 더 성실히 살려고한다.
창밖의 밤은 깊어가고, 음악은 여전히 흐르고 있다.
작은 항아리 하나, 그리고 그 안에 담긴 나의 이야기들 그것으로 오늘은 충분하다.
. 

날씨 : 맑음 / 17도 / 수영장 다녀오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