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숙샘의 낡은 부츠 이틀만에 완성하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아일랜드 이야기‘ 5천 회를 맞는 날이다.
숫자로만 보면 하나의 기록일 뿐이지만, 내게는 결코 가볍지 않은 시간이다. 한 편 한 편의 글마다 그날의 웃음과 눈물, 만남과 이별, 감사와 깨달음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처음을 돌아보고 싶다.
16년 전 어느 저녁이었다.
당시 살던 오크베이 바닷가의 벤치에 혼자 앉아서 서서히 산 너머로 사라지는 노을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늘은 붉은빛에서 보랏빛으로, 다시 잿빛으로 천천히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그 짧은 시간의 노을 색깔이 내게는 너무나 황홀하게 다가왔다. 하루의 끝을 알리는 평범한 풍경이었지만 그날따라 내 마음에는 이상한 울림이 밀려왔다. ‘저 노을도 시간이되니 급히 사라지듯, 내 인생도 저렇게 저물어 가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미치면서 집에 돌아와 혼자 중얼거렸다. ‘글을 써야해, 매일매일‘
‘내가 살아오면서 보고, 듣고, 느끼고, 깨달은 이야기들을 그냥 마음속에 묻어 두어도 괜찮을까? 내가 떠난 뒤에는 그 모든 기억도 함께 사라질 텐데….’
그 질문은 오래도록 내 마음을 떠나지 않았다.
나는 특별한 사람도 아니고, 유명한 작가도 아니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한 권의 책이 될 만한 삶이 있듯, 나에게도 눈물로 지나온 날들이 있었고, 웃음으로 기억되는 사람들과, 하나님께서 조용히 일하셨던 순간들이 있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 ‘아일랜드 이야기‘다.
처음에는 그저 하루의 일상을 적는 작은 기록이었다. 길가에 핀 꽃 한 송이, 교회에서 만난 사람들의 따뜻한 이야기, 아이들의 웃음, 그림을 그리며 깨달은 삶의 지혜, 여행길에서 만난 풍경, 그리고 신앙 안에서 경험한 은혜들을 한 편 한 편 적어 내려갔다.
그렇게 하루가 쌓이고, 계절이 바뀌고, 해가 바뀌면서 한 편이 1 백 편이 되고, 1 천 편이 되었으며, 마침내 오늘 5 천번 번째 이야기에 이르렀다.
돌아보면 내가 글을 써 온 것이 아니라, 글이 나를 여기까지 데려온 것 같다.
글은 내 삶을 정리하게 했고, 사람을 더 사랑하게 했으며, 세상을 조금 더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게 했다. 무엇보다 하루하루가 결코 그냥 지나가는 날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 주었다.
그날 저녁 노을 앞에서 시작된 작은 결심이 16년 동안 이어질 줄은 나도 몰랐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작은 결심 하나가 한 사람의 삶을 바꾸고, 한 줄의 글이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내 인생의 마지막 노을 바라보는 날이 오더라도, 나는 미련 없이 미소 지을 수 있을 것 같다. ‘열심히 걸어왔다.’
1만회를 채우기 까지 내일도 변함없이 또 한 편의 이야기를 써 내려갈 것이다.
** 독자들 중에 5천회에대한 응원의 글을 보내주시면 추첨하여 그림 한 점을 선물로 드린다. 많은 응모 부탁드린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어제 그리던 하숙샘의 낡은 부츠가 완성됐다.
날씨 : 23도 / 맑음 / 수영장 다녀오고 그림 그리다. / 제시카와함께 그림도 그리고 얘기도 많이 나누었다. 나는 목요일마다 약 3시간 반 동안 제시카와함께 시간을 보낸다. 그녀를 위해 volunteer로 봉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