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그리다 보면 실수든 의도든 색이 튀는 순간, 그림은 실패에 가까워진다.

오늘 저녁에도 큰 캔버스에 그린 해바라기를 몇 시간째 수정했다. 그런데 탁자 위에 놓인 해바라기 두 송이가 마음에 걸렸다. 하나는 다른 꽃들과 전혀 어울리지 않아 결국 지워야 했고, 가운데 붉은 해바라기는 빨간색을 너무 강하게 올린 탓에 혼자만 소리를 지르는 듯했다. 색이 충분히 마르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차분한 색을 덧입혀야 한다.

지금 시각은 밤 12시 32분.

아직도 그 해바라기와 씨름하다가 겨우 붓을 씻고 하루를 마무리하며 이 글을 쓴다.

유화는 참 느린 그림이다. 마르기를 기다려야 하고, 다시 덧칠하고, 또 기다려야 한다. 그래서 큰 작품 하나를 완성하는 데 몇 달이 걸리기도 한다. 그 기다림 속에서 그림은 조금씩 깊이를 얻고, 비로소 서로 어우러지는 아름다움을 만들어 낸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사람도 그렇다.

너무 튀려고 하면 사람들의 시선을 받기는 쉽지만, 오래 사랑받기는 어렵다. 반대로 자신의 빛을 모두 감춘 채 사람들 속을 맴돌기만 해도 진정한 관계를 만들기 어렵다.

행복한 사람은 자신을 과시하지 않으면서도 누구와도 자연스럽게 어울릴 줄 아는 사람이다. 필요할 때는 한 걸음 물러설 줄 알고, 또 필요할 때는 조용히 다가가 어깨를 나눌 줄 안다. 그런 사람이 오래 곁에 남는다.

그림을 그리다 보면 인생을 배우게 된다.

잘 그린 그림은 어느 한 부분도 혼자 튀지 않는다. 모든 색과 형태가 서로를 살려 주며 조화를 이룬다. 그래서 오래 바라볼수록 더 아름답고, 자꾸 가까이 가고 싶어진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자신만 빛나려고 애쓰기보다 다른 사람과 함께 빛날 줄 아는 사람, 튀지 않으면서도 존재감이 있는 사람, 누구와 함께 있어도 편안한 사람이 결국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다.

오늘도 그림에게 한 가지를 배웠다.

“혼자 빛나기보다, 함께 어우러질 때 비로소 아름답다.”

날씨 : 22도 / 맑음 / 수영장 다녀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