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오후는 늘 바쁘다. 매주 목요일 제시카가 우리 집을 찾아오기 때문이다.
사람은 저마다 다른 삶의 출발선에서 태어난다. 어떤 이는 풍성한 사랑과 축복 속에서 자라고, 어떤 이는 그렇지 못한 환경을 마주한다. 나 역시 돌아보면 그리 넉넉한 행복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은 아니다. 어릴 때는 몰랐지만 긴 세월을 지나 삶을 되짚어보니, 마음껏 웃으며 살아온 날보다 견디며 걸어온 시간이 더 많았던 것 같다.
그래서일까. 제시카를 바라보고 있으면 어린 시절의 내 모습이 문득 겹쳐 보이기도 한다.
제시카는 나와 함께 그림을 그리고, 라면도 맛있게 끓여 먹고, 아이스크림을 나누어 먹는다. 오늘 저녁에는 우리집 수제 피자까지 즐겁게 먹고 돌아갔다. 엄마의 빈자리는 쉽게 채워질 수 없는 것이지만, 제시카는 이제 처음보다 훨씬 밝아졌다. 조용조용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웃음도 많아졌으며, 목소리에도 생기가 어려 있다.
나는 그녀의 엄마가 되어 줄 수는 없다. 그러나 일주일에 몇 시간만이라도 그녀의 삶 속에 작은 촛불 하나를 밝힐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누군가에게는 그 작은 불빛이 긴 어둠을 견디게 하는 힘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결국 만남을 통해 마음을 나누고, 그 마음이 쌓여 정이 된다. 나이로는 할머니라 불려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가 되었지만, 아직도 젊은 세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그들에게 한 걸음씩 다가갈 수 있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
제시카는 집에 돌아갈 때마다 잊지 않고 감사의 인사를 전해 온다.
“오늘도 라면과 아이스크림 그리고 핏자도 고마워요. 다음 주 목요일날 봬요.”
그 짧은 한마디면 내 마음은 충분히 따뜻해진다. 누군가의 하루에 작은 위로가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선물을 받은 기분이다.
사람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단 한 사람만 있어도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 그래서 나는 제시카를 맞기위해 목요일 오후를 기다린다.
제시카의 마음속 작은 촛불이 꺼지지 않도록, 나는 그녀의 곁에서 조용히 그 불씨를 지켜주고 싶다. 그리고 그 작은 불빛이 언젠가는 희망의 등불로 환하게 빛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