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태어난 모든 사람에게는 엄마가 있다. 그 엄마가 따뜻한 사람이었든, 엄격한 사람이었든, 부유했든 가난했든 상관없이 우리는 모두 엄마의 몸을 통해 세상에 나온다. 엄마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내게 허락하신 첫 번째 인연이다.

‘엄마.’

참으로 아름답고도 위대한 이름이다. 세상에는 수많은 이름이 있지만, 이 두 글자만큼 깊은 사랑과 희생을 품고 있는 이름도 드물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엄마와 함께 살아갈 때는 그 존재의 소중함을 잘 모른다. 엄마의 희생은 너무도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고, 그 사랑은 공기처럼 늘 곁에 있기 때문이다.

결혼을 하고, 나 역시 아이를 키우고, 이제는 노년의 문턱에 서 보니 비로소 ‘엄마’라는 이름이 얼마나 무겁고 숭고한 이름인지를 조금씩 깨닫게 된다. 엄마가 되어 보니 엄마를 이해하게 되었고, 세월이 흐를수록 그 이름은 더욱 존경스럽게 다가온다.

딸이 대학생이었을 때 내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엄마, 나는 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이 될 거야.”

그 말을 듣던 순간의 감격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 한마디가 얼마나 큰 선물이었는지 모른다. 나는 그 말을 마음속 기억 창고에 고이 저장해 두었다가 가끔씩 꺼내 보며 혼자 미소를 짓곤 한다. 엄마로 살아온 시간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위로를 받는 순간이다.

우리 엄마는 다정다감한 분은 아니셨다. 작은 목소리로 살갑게 이야기하는 스타일도 아니었다. 여장부처럼 목소리도 크셨고, 평생 쉼 없이 일하며 가족을 위해 살아오셨다. 사업 실패 후 술에 의지하셨던 아버지 대신 집안을 지켜야 했던 엄마는 강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어린 시절의 나는 그런 엄마를 이해하지 못했다. 엄마와 마음을 터놓고 가까이 지내지도 않았다. 화가 나면 말없이 침묵으로 버티곤 했고, 엄마 역시 그런 나 때문에 속이 많이 상하셨을 것이다.

하지만 세월은 사람의 눈을 바꾸어 놓는다.

이제 와 돌아보니 엄마는 따뜻한 말을 많이 해 주신 분은 아니었지만, 행동으로 사랑을 보여 주신 분이었다. 자식들을 먹이고 입히고 공부시키기 위해 자신의 삶을 아낌없이 내어주셨다. 그 치열했던 삶만으로도 엄마는 충분히 존경받아야 할 분이었다.

우리는 부모를 선택할 수 없다. 어떤 엄마를 만날지도 스스로 결정할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는 선택할 수 있다.

어떤 엄마가 될 것인가는 내가 선택할 수 있다.

어린 시절 부모에게 받지 못했던 사랑 때문에 평생 원망만 하며 살아갈 수도 있고, 그 부족함을 거울 삼아 내 자녀에게는 더 따뜻한 엄마가 되겠다고 결심하며 살아갈 수도 있다.

나는 후자를 선택하고 싶다.

언젠가 내 삶이 끝난 뒤, 내 자녀들이 서로 마주 보며 이렇게 말해 준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우리 엄마, 정말 좋은 엄마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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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맑음 / 22도 / 수영장 다녀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