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6시에 일어났다. 밴쿠버에 나가는 날이었다. 일 년에 한 번씩 열리는 고등학교 동문 모임이 있었고, 「아일랜드 이야기」 5,000회 축하 메시지를 보내주신 분들 가운데 추첨으로 선정된 두 분께 드릴 그림 선물도 챙겨 나갔다. 그림을 받아 들고 행복해하시는 모습을 보니 나 역시 덩달아 기분이 참 좋았다.
이번에도 자동차를 가져가지 않고 풋 패신저(foot passenger)로 다녀왔다. 자동차를 가지고 가면 비용도 많이 들지만, 미리 예약을 하고 그 시간에 맞춰 움직이는 것도 은근히 스트레스다. 풋 패신저는 배를 타기 위해 긴 복도를 걸어가야 하는 불편함은 있었지만, 그래도 아직은 내 힘으로 걸어갈 수 있으니 감사한 일이다.
모인 고등학교 동문들 가운데서는 내가 가장 연장자였다. 어쩌다 보니 이제 내가 맨 꼭대기에 서 있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선배들은 이제 집에서 지내신다고 하니, 나도 앞으로 얼마나 더 이런 모임에 함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같은 학교를 나온 동문들이라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어느 어느 특별한 선생님 이야기부터, 그 선생님이 우리 반 친구와 결혼했다는 이야기, 또 한 후배가 지각한 날 교문에서는 그냥 지나갔는데 교실 입구에서 체크를 당해 지각했다며 억울해 하는 이야기까지, 옛날 기억을 하나씩 꺼내놓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나는 밴쿠버에서 25년을 살았기 때문에 골목골목마다 정감이 남아 있다. 하지만 이제는 빅토리아가 내 삶의 마지막 고장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루 동안 많은 사람을 만나고, 옛이야기를 나누며 참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가는 배와 오는 배에서 아주 친한 분들을 우연히 만나게 된 것도 큰 행운이었다. 집을 나설 때 들고가는 짐을 은근히 걱정했던 일들이 깜짝스럽게 만난 지인들의 도움으로 편하게 갈 수 있었고 오는길에도 마찬가지로 아주 친한 분을 만나게되어 편하게 올 수 있었다. 이처럼 인생은 예측불허다. 매 순간마다 이자가 듬뿍 붙은 하루였다.
오늘 풍성한 음식으로 정성껏 자리를 마련해 준 후배들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웃고, 추억을 나누고, 뜻밖의 도움까지 받은 오늘 하루가 참 고맙고 풍성했다.
** 나는 배를 타기위해 조금 일찍 나왔는데 내가 떠난 후 후배들이 사진을 찍고, 내가 빠져서 너무 서운하다는 메시지를 보고 내가 내 모습을 올려놓았다. (두 번째 사진 맨왼쪽) 걱정마시라, 빠진 사진을 얼마든지 upload 할 수 있는 세상이다.


여기도 역시 AI가 나를 가운데 예쁘게 올려놓아 주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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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흐림 / 21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