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동안 글을 쓰지 못하고 컴퓨터와 씨름을 했다. 이놈의 컴퓨터는 잘 가다가 한 번씩 사람 속을 썩인다. 이번에는 마우스가 움직이지 않았다. 전선은 멀쩡히 연결되어 있는데도 꼼짝을 하지 않는다. 가끔 이런 일이 있어도 다시 살아나곤 했는데, 이번에는 아무리 해도 움직이지 않았다. 랩탑에서 큰 화면으로 보내 글을 쓰고 있는데, 마우스가 큰 화면에 갇혀버리니 작업을 할 수가 없었다.

컴퓨터 선생님에게 전화를 했더니 하필 오늘 앨버타주로 이사를 왔다며 짐을 풀기에 정신이 없다고 한다. 원격으로 봐줄 형편도 아니란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어서 Best Buy에 가서 물어봤더니, 직원이 내 키보드와 마우스를 보자마자 ‘큭’ 하고 웃는다.

“이거 한 20년 전 물건 같은데요?”

나도 웃으며 “맞아요.” 했다.

결국 키보드와 마우스를 새것으로 바꿔 들고 왔다. 새 키보드는 아직 손에 익지 않아 자꾸 엉뚱한 자리를 누르지만 그래도 글은 써진다. 그게 어디인가. 다행이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물건도 결국 제 수명을 다한다. 그러니 이제는 보내줘야 하는 모양이다. 오래된 키보드는 내 손에 너무 익숙해서 손가락이 저절로 자리를 찾아갔는데, 새것은 자꾸 자리를 이탈한다. 아직 서로 낯선 사이다.

어젯밤에는 새벽 1시까지 이것저것 해보다가 결국 포기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죽어버린 마우스와 키보드를 붙잡고 아무리 애를 써도 살아날 리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하나 더 있다. 지난 7월에 어렵게 정리했던 외장하드가 또 컴퓨터 안으로 들어오지 않는다. 흠…… 아이고, 오늘은 그것까지 생각하지 말자.

글만 쓰자. 글만 쓰자.

그렇게 마음먹고 서둘러 글을 써본다.

애인도 떠나면 아쉽지만 결국 포기해야 하는데, 기기쯤이야 뭐…… 하면서도 엉뚱한 생각이 하나 든다. 혹시 내가 죽기 전에 유명해진다면, 이 오래된 키보드와 마우스가 그때는 꽤 값이 나가지 않을까?
참 바보 같은 생각이다.

죽은 물건들은 하나둘 지나가고, 나는 이제 새것들과 정을 들여야 한다.

모든 것은 소멸한다.
그리고 우리는 떠나간 것들을 보내고, 다시 새로운 것들과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날씨 : 덥다. / 24도 / 수영장 다녀오다. 수영 혼자 일곱 바퀴 돌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