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였다.
갑자기 밴쿠버에 사는 친정 조카의 아들, 그러니까 나에게는 조카손자에게서 카톡이 왔다.
“할머니, 내일 아침에 친구와 함께 할머니 댁에 잠시 방문해도 될까요?”
이런 연락을 갑자기 받으면 할머니 마음이 또 얼마나 바빠지는지!
여름도 어느새 끝나가고 대학도 곧 개학하니, 빅토리아대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는 친구도 만날 겸 할머니 얼굴도 보러 오겠다는 것이다.
“그래, 오렴!”
그 한마디를 해놓고 보니 문제가 생겼다.
아침을 몇 명이나 먹여야 하지?
한국에서 온 손님 가족 네 명에 나까지 있고, 거기에 조카손자와 친구까지 오니 어느새 여덟 명의 아침 식사가 되었다.
그때부터 나는 부엌과 현관을 오가며 정신없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카손자를 픽업하러 갔다가 돌아와서는 다시 부엌으로 뛰어가고, 음식 하나 올려놓고 또 다른 음식 생각을 하고….
이럴 때 보면 나는 사람이 아니라 잠자리 한 마리가 된 것 같다.
이리저리 휙휙 날아다니면서도 머릿속에서는 계속 생각한다.
‘이건 뭘 만들까?’
‘저것도 하나 더 해야 하나?’
‘아, 과일도 내놓아야지!’
그렇게 몇 시간을 함께 보내고 조카손자와 친구를 버스 정류장에 데려다주었다. 두 아이를 보내고 나니 이제 좀 쉬나 싶었는데…
나는 곧장 수영장으로 향했다.
참나, 나도 참 바쁘게 산다.
우리 집은 언제든 문이 열려 있는 집이다. 특히 여름철이면 더욱 그렇다. 누가 오겠다고 하면 “그래, 오렴!” 하고 받아놓고 나면 그때부터 나의 일상이 조금 바빠진다.
틈틈이 집도 치워야 하고, 빨래도 해야 하고, 식재로도 채워 놓아야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나는 또 잠자리처럼 집 안을 날아다니고 있다.
그런데 참 신기하다.
한국에서 온 손님 가족들도 벌써 정이 많이 들었다. 잘생긴 두 아드님은 이제 부엌 근처를 어슬렁거리기까지 한다.
“할머니, 내일은 메뉴가 뭐예요?”
아직 메뉴를 정하지도 않았는데 미리부터 궁금한 모양이다.
두 아들은 자기 엄마에게도 특별 주문을 한다.
“엄마, 할머니가 해주는 음식 레시피 꼭 알아둬.”
그 말을 들으면 나는 속으로 슬며시 웃는다.
‘그래, 할머니가 있을 때 많이 배워 두거라.’
음식을 만들어 주는 일이 때로는 힘들다. 하지만 식탁에 둘러앉아 맛있게 먹고, 웃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면 힘들었던 것은 어느새 사라진다.
생각해보면 사는 일이 늘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다.
때로는 버겁고, 때로는 외롭고, 때로는 슬프기도 하다.
그런데도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가장 큰 선물인지도 모른다.
아무 대가 없이 선물로 받은 하루인데, 그 하루를 한 시간이라도 소홀히 보내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움직인다.
사람을 만나고, 음식을 만들고, 이야기를 나누고, 그림을 그리고, 수영을 한다.
그리고 또 내일 먹을 음식을 생각한다.
한국에서 온 석현이와 도현이 가족이 빅토리아에 머무는 동안 큰 탈 없이 즐겁고 행복하며, 오래 기억에 남을 좋은 날들이 이어지기를 소망한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은 추억을 만들고,
그 추억은 시간이 지나 역사가 된다.
그리고 그 역사는 우리를 다시 이어준다.
오늘도 그렇게 한 페이지의 역사가 만들어지고 있다.
할머니의 바쁜 부엌은 언제나 웃음 가득한 식탁으로 이어진다.

날씨 : 맑음 / 22도 / 수영장 다녀오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