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couple’ 다시한번 손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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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때가 되면 어김없이 사슴 한 마리가 나타난다. 마치 시간을 정확히 알고 찾아오는 것처럼 매일 비슷한 시간에 뒷 마당에 모습을 드러낸다. 우리는 이 녀석을 ‘캐일’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녀석이 우리 밭의 캐일을 유난히 좋아하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 밭은 한동안 캐일 동산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캐일이 무성했다. 그런데 이 녀석이 나타난 뒤로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하루 이틀 뜯어먹더니 어느새 캐일은 잎사귀 하나 남기지 않고 뿌리만 덩그러니 남았다.
처음에는 대문을 닫아버릴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먹을 것이 마땅치 않아 동네까지 내려오는 녀석을 보니 마음이 약해졌다. ‘우리가 캐일을 사다 먹더라도 네가 밭에 있는 캐일은 실컷 먹어라’ 하는 마음으로 그냥 내버려 두었다.
그런데 캐일이 다 없어지고 나니 녀석도 먹을 것이 없다. 그러자 이번에는 사과나무 밑으로 가서 땅에 떨어진 사과를 먹기 시작했다. 어느 날은 냉장고에서 양배추를 한 통 꺼내 잘라서 던져주었더니 이것도 어찌나 잘 먹는지 모른다.
이렇게 우리는 어느새 ‘사슴 캐일’을 사육하게 되었다.
가끔은 엉뚱한 생각도 한다. 저 긴 녹용 중 하나라도 우리에게 선물로 두고 가면 좋으련만…. 그러나 녀석은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귀한 녹용을 자랑스럽게 머리에 달고 매일 당당하게 나타난다. 아마 내년에도 저 녹용을 그대로 달고 찾아올 모양이다.
그런데 우리 집 동물농장에는 사슴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다람쥐도 빠지지 않는다.
해바라기가 한창일 때는 꽃을 구경하느라 바빴는데, 꽃이 지고 씨앗이 맺히자 이제는 다람쥐가 해바라기 씨앗을 먹느라 분주하다. 작은 몸으로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씨앗을 하나씩 골라 먹는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지 모른다.
집 안에서 창문 너머로 이 녀석들이 노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굳이 돈을 들여 동물원에 갈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다람쥐에게 줄 간식도 마련해 놓는다. 하숙 선생님이 산책을 하면서 도토리가 많이 떨어져 있다면서 한 주먹 주워다가 무화과나무 밑에 놓아주었다. 다람쥐는 도토리를 열심히 까먹고는 남은 것을 입에 물고 어디론가 가져가 감쪽같이 숨겨놓는다.
도대체 어디에 숨기는지 나는 알 길이 없다. 아마 녀석 자신도 나중에는 찾지 못할 것 같다. 그런데도 다람쥐는 오늘도 부지런히 도토리를 물어 나른다.
가끔 우리 집 마당 여기저기에서 상수리나무 어린 싹이 올라오는 것을 보면 웃음이 난다. 이것들은 아마도 다람쥐가 오래전에 숨겨놓고 까맣게 잊어버린 도토리에서 싹이 난 것이 틀림없다. 사슴은 캐일을 먹어치우고, 다람쥐는 도토리를 숨기고, 우리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웃는다.
이렇게 우리 집 마당은 오늘도 조용하지만 분주한 ‘동물농장’이다.

날씨 : 맑음 / 19도 / 수영장 다녀오고 그림 그리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