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두 번째로 외장하드에 문제가 생겼다.
‘이참에 아예 잊어버리자!’ 싶어 사진들을 Google Drive로 옮기기로 했다. 물론 연회비도 냈다. 내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여기저기 들어가는 돈도 만만치 않은데 또 하나가 늘었다. 하하.
교회에서 컴퓨터를 잘 다루는 박규동 집사님의 도움을 받아 Google Drive로 사진을 옮기는 데만 다시 꼬박 사흘이 걸렸다. 15년 전부터 찍어놓은 사진이 수천 장이나 올라갔다. 이제는 그 많은 사진을 항목별로 다시 정리해야 했다.
Google Drive의 My Drive에 옮겨놓은 사진들을 다시 Google Photos로 가져가 앨범을 만들고, ‘가족’, ‘여행’, ‘풍경’ 같은 제목을 붙여 사진을 하나씩 찾아 넣는 일이다. 그저께 밤에는 AI에게 물어가며 늦도록 씨름했지만, 그날은 끝내 방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어제 수영장을 다녀온 뒤 다시 정신을 차리고 몇 시간 동안 이것저것 시도했다. 그러다 드디어 사진을 옮기는 길이 눈에 들어왔다. 내 실력으로 사실은 이것을 옮기는것이 상당히 복잡하다.
그런데 사진을 이리저리 옮기는 동안 뜻밖의 선물을 하나 받았다. 오래된 사진 속 추억을 다시 만난 것이다.
사진 한 장을 클릭하면 십여 년 전의 시간이 눈앞에 펼쳐진다. 한참 웃기도 하고, 어떤 사진 앞에서는 한동안 화면을 바라보기도 했다.
‘아, 그때 우리가 저랬지.’
잊고 있던 기억들이 하나둘 떠올랐다.
특히 아일랜드 나잇 제8회 사진과 영상을 한참 들여다보게 된다. 그날의 드레스 코드는 Yellow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노란색 옷을 입고 와서 행사장이 온통 밝고 유쾌했던 기억이 난다.
연극 〈클레오파트라〉에서 클레오파트라, 안토니우스, 아우구스투스 역을 맡아 열연했던 유현자 씨, 에프런 안디아 씨, 조용완 목사님의 모습도 새삼 반갑다. 관객들의 박수와 웃음소리까지 사진 속에서 되살아나는 듯하다.
특히 클레오파트라가 독사에게 물려 죽는 장면에서 배우들이 의자에 축 늘어져 있는 모습까지 사진에 그대로 남아 있다. 사진은 참 신기하다.
그때는 그저 한 장의 사진이었는데, 세월이 흐르고 나면 시간을 담아놓은 작은 상자가 된다.
몇 년밖에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사진 속 얼굴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나를 포함해 모두의 얼굴에 주름이 조금씩 더 깊어졌다.
그리고 그때 함께 웃고 떠들던 사람들 중에는 벌써 세상을 떠난 분들도 있고, 양로원으로 가서 지내는 분들도 있다.
참으로 세월이 얄밉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감사하다.
그 시절을 함께했던 사람들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고, 그때의 웃음과 이야기를 다시 떠올릴 수 있으니 말이다.
며칠 동안 컴퓨터를 붙잡고 끙끙댄 시간이 결국 추억을 건져 올리는 시간이 되었다.
사진은 과거를 보여주지만,
그 사진을 바라보는 나는 오늘을 살고 있다.
그래서 오늘도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