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이사르를 읽으며

《로마인 이야기》 제5권을 읽다가 한 대목에서 책장을 넘기지 못하고 한참을 머물렀다.

에스파냐를 제압한 뒤 카이사르는 자신이 석방해 주었던 사람들이 다시 자신에게 칼을 들이댄다 해도 그런 일로 마음을 어지럽히고 싶지 않다고 했다.

“내가 무엇보다도 나 자신에게 요구하는 것은 내 생각에 충실하게 사는 것이오. 따라서 남들도 자기 생각에 충실하게 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오.”

나는 이 말을 몇 번이나 되읽었다.

참 이상하다. 나는 평생을 살아오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을 내 감정으로 판단했을까. 나에게 잘해 주면 좋은 사람이고, 나를 서운하게 하면 멀리해야 할 사람이라고 쉽게 마음속에서 밀어내지는 않았을까.

그런데 카이사르에게는 자신의 생각에 충실하게 사는 것과, 다른 사람의 선택을 인정하는 것이 함께 갈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는 전쟁에서 패한 병사들에게도 선택의 여지를 주었다.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사람은 돌아가게 하고, 자신을 따르고 싶은 사람은 수하에 남도록 했다. 적이었던 사람에게도 자기 삶을 선택할 자유를 돌려준 것이다.

제4권 마지막에 등장하는 라비에누스의 이야기는 더욱 인상적이다.

그토록 가까웠던 라비에누스가 결국 카이사르를 따르지 않고 떠나 적의 편에 섰지만, 카이사르는 그가 두고 간 짐까지 부하를 시켜 돌려보냈다. 나는 이 장면에서 카이사르의 사람됨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사람이 나를 떠났다고 해서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미워할 필요는 없는 것. 그의 선택은 그의 몫이고, 나의 태도는 나의 몫일 수 있다는 것. 전쟁에서는 누구보다 냉정했던 장군이었지만, 사람을 대하는 데서는 의외로 상대의 선택과 존엄을 인정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나는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가.

《로마인 이야기》를 다시 읽으며 어느 순간 로마의 역사보다 그 속에 살아간 사람의 마음이 더 크게 보인다.

책장을 덮으며 조용히 나 자신에게 말해 본다. “내가 내 생각에 충실하게 살 듯, 다른 사람도 자기 생각대로 살아갈 권리가 있음을 인정하자. 사람을 내 감정으로 너무 쉽게 판단하지 말자.”

카이사르가 위대한 이유는 단지 전쟁에서 승리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사람을 대하는 그의 태도에서 나는 또 다른 위대함을 발견한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날씨 : 19도 / 맑음 / 교회 다녀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