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아스름한 시간에 거실 창가의 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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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아핏 강사는 발을 다쳤다며 지난주에 이어 오늘도 오지 않았다. 그래도 우리 몇몇 할매들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강사가 있든 없든 정해진 시간에 수영장으로 온다.
나는 누들과 덤벨을 가지고 30분쯤 운동한 뒤, 수영 레인이 하나 비자 얼른 그곳으로 들어갔다. 몇 주 전부터 혼자 수영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조심조심 내 몸을 살피며 자유형을 한다.
오늘처럼 날씨가 맑고 포근한 날이면 수영장 높은 유리창으로 햇살이 깊숙이 들어온다. 햇빛은 물 위에 반짝임을 만들고, 물결을 따라 흔들리는 그림자를 수영장 바닥에 그려 놓는다.
나는 이런 풍경을 만나면 너무 기분이 좋아 엉덩이가 절로 들썩거린다. 물론 물속에서 씰룩거리는 내 엉덩이를 누가 볼 수 있을까. 나는 그저 마음껏 이 순간을 즐기며 헤엄친다.
수영장 바닥에 그어진 굵고 검은 선, 물결에 따라 살랑살랑 흔들리는 선과 빛의 움직임…. 그 위에 햇살이 만들어내는 반짝이는 하이라이트까지.
아, 이것만으로도 나는 만 가지 그림을 그릴 수 있겠다!
검은 바닥은 캔버스의 바탕이 되고, 물결을 가르며 움직이는 내 몸은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한 마리의 나비가 된다. 두 팔은 붓처럼 물을 가르고, 보이지 않는 두 다리는 몸의 중심을 잡아준다. 잔잔한 물결은 연한 하늘색 선이 되고, 햇빛은 그 위에 하이라이트를 찍는다.
수영장 끝까지 갔다가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돌아온다. 시계를 흘끗 보며 한 번, 두 번, 세 번…. 그렇게 왕복을 거듭한다.
가끔 내 옆으로 수영을 아주 잘하는 사람이 가까이 오면 조금 긴장한다. 그 사람이 만들어내는 물결은 내가 만들던 것보다 훨씬 크고 힘차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거센 물결마저도 나에게는 새로운 그림이 된다.
파도처럼 높이 솟아오르는 물결은 또 다른 높이와 또 다른 빛을 만들어낸다. 내가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색과 선이다.
오!
나는 물속에서 연신 감탄한다.
운동도 하고, 그림도 그린다.
그렇다면 나의 캔버스는 얼마나 넓은 것일까?
물감도 필요 없다. 붓도 필요 없다. 잘못 그려도 괜찮다. 물결이 지워버리면 다시 그리면 된다. 햇살이 움직이면 또 다른 그림이 나타난다.
내 캔버스는 무한대다. 그 무한한 캔버스 앞에서 행복의 춤을 춘다.
매일이 축제다. 물속에서 새로운 그림들을 만나고,
또 하나의 축복을 건져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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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맑음 / 17도 / 수영하고 오다. / 그림 그리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