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는 밤하늘이 나를 부르더니, 오늘 새벽은 동녘의 해가 내 눈길을 붙잡는다. 새벽, 우리 집 마당에서 바라본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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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밴쿠버에서 손님이 찾아왔다.
그런데 빈손이 아니다. 가방과 화구를 들고 왔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끼리는 금세 알아본다. 같은 배를 타고 가는 동지라는 것을.

저녁을 맛있게 먹고 나서 우리는 마주 앉지 않고 서로 등을 돌린 채 각자의 그림을 그렸다. 말없이 그림에 빠져 있는 두 사람을 보더니 하숙샘이 한마디 한다.

“와, 두 분 멋져요.”

나는 지금 그리고 있는 한련화를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뒤집어 놓은 상태다. 여기서 어떻게 수습해서 그림을 완성할지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런데 내 손님은 작은 캔버스에 말 한 마리를 그리고 있다.

붓을 씻다가 접시에 붓이 떨어지면
‘딩그랑!’
작은 쇳소리가 방 안에 울린다.

그 소리마저도 오늘 밤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의 배경음악이 된다.

한참을 그리다가 손님이 내게 물었다.

“선생님은 몇 시에 주무세요?”

“주로 밤 12시예요.”

“아, 저도 그런데요.”

“우리 모두 올빼미과네요.”

우리는 함께 웃었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재주를 가지고 태어난다.
어떤 사람은 놀라운 두뇌를 타고나 우주선을 타고 지구 밖으로 나가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손재주가 뛰어나 자신의 기술로 세상을 살아간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주 특별한 재주 하나를 내세우기보다는, 저마다 조금씩 다른 능력을 가지고 자기 몫의 삶을 살아간다. 그리고 그 안에서 일하고, 사랑하고, 웃고, 때로는 넘어지면서 나름의 행복을 만들어 간다.

그림을 그리면서 나는 자주 생각한다.

‘이 그림이 과연 완성될 수 있을까?’

특히 지금처럼 그림을 완전히 뒤집어 놓고 나면 더 그렇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캔버스를 찢어버리고 싶은 순간도 있다. 하지만 붓을 놓지 않고 계속 고치다 보면 어느 순간 그림이 제자리를 찾아간다.

인생도 어쩌면 그림과 비슷하지 않을까.

살다 보면 내가 잘 인생을 잘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을 때가 많다. 때로는 모든 것이 엉켜버린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고 인생이라는 캔버스를 찢어버릴 수는 없다.

이미 시작했으니 그림 그리기 처럼 인생도 끝까지 가보는 수밖에.

완성된 그림이 꼭 걸작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끝까지 붓을 놓지 않았다는 것.

결과가 아주 좋든, 생각했던 것과 조금 다르든, 그래도 끝까지 달려간 사람에게는 그 나름의 상이 주어지지 않을까.

오늘 밤 내 손님은 아직도 내 등 뒤에서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다.
내일 아침이면 말 한 마리가 우리 집 마당을 펄떡펄떡 뛰어다닐 모양이다.

두 사람 모두 꼼짝도 하지 않고 그림에 빠져 있다.

지금 밤 12시 15분.

역시 우리는 올빼미과가 맞다.

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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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맑음 / 20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