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tswana (아프리카 남쪽 내륙에 위치한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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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을 마치고 코스코에 들렀다. 매일 밤 눈에 넣는 안약을 픽업하기 위해서였다. 어제도 왔다가 줄이 너무 길어 그냥 돌아갔는데, 오늘도 비슷한 시간이라 역시 줄이 길다. 오늘은 피할 수 없어 나도 긴 줄에 섰다.
십여 분쯤 지났을까. 내 뒤에 서 있던 여자가 나를 보더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보라색 머리가 멋져요.”
나도 웃으며 고맙다고 했다. 그녀도 나처럼 머리에 조금 색을 넣어보고 싶은데, 남편이 싫어할 것 같아 못 하고 있단다.
나는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아니, 이 나이에 뭘 못 해요? 그냥 하면 되지요.”
그녀가 살짝 웃으며 몸을 흔든다. 그래도 남편이… 하는 표정이다.
그렇게 시작된 한마디 인사가 약을 기다리는 20여 분동안 아프리카까지 다녀왔다.
무슨 약을 찾으러 왔느냐고 물으니, 자기는 특별히 아픈 곳은 없지만 곧 아프리카에 있는 아들의 초청으로 여행을 간다고 했다. 아프리카에 가려면 예방주사도 많이 맞아야 하지 않느냐고 했더니 며칠 전에 필요한 주사를 다 맞았고, 챙겨갈 약도 있어서 왔다고 한다.
아들은 보츠와나 (Botswana)의 오카방고 델타 (Okavango Delta) 에서 사파리 관광객들을 태우고 오가는 경비 비행기 조종사로 일하고 있단다. 이번에는 아들 덕분에 자기 부부도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아프리카를 여행하게 되었다며 기대에 차 있었다.
나는 세계 지도를 떠올리며 말했다.
“보스니아가 남아프리카공화국 위쪽 내륙에 있는 곳이지요?”
그녀가 나를 바라보며 그렇다고 한다.
몇 년 전부터 나는 아침마다 세계 지도를 찾아보며 공책에 나라 이름과 위치를 적어왔다. 그때 익혀둔 지명이 오늘 이렇게 불쑥 머릿속에 떠오르니, 낯선 사람과의 대화가 훨씬 쉽게 이어졌다.
조용해 보이던 그녀는 이야기가 깊어지자 자기 어머니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어머니는 95세에 돌아가셨는데, 하필 코로나 시기였다고 한다. 그녀는 치매 환자들을 돌보는 일을 하며 수많은 환자를 보살펴 왔다. 하지만 타지역에 계셨던 어머니가 코로나에 걸리는 것만은 막지 못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 순간 나는 이 조용한 여자가 참 마음이 따뜻한 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후 약국에서 내 이름을 불렀다. 우리는 아쉽게 인사를 나누고 헤어지려다, 내가 돌아서서 물었다.
“이름이 뭐예요?”
“헬렌이에요.”
“아, 나는 엘리샤예요. 헬렌, 아프리카 여행 정말 즐겁게 잘 다녀오세요.” 고맙다며 그녀도 웃으며 내게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우리는 각자 자기 이름이 불린 약국 창구로 걸어갔다.
코스코의 긴 줄에서 시작된 보라색 머리 이야기가 아프리카와 세계 지도를 지나 한 어머니의 이야기까지 닿았다.
참 이상하고도 따뜻한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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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자기 동생이 어머니의 손을 꼭 잡고 있는 사진을 전화기에서 꺼내 보여주었다. “이 세상의 어머니는 모두 위대하지요.” 그녀의 말끝에는,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향한 깊은 그리움이 조용히 배어 있었다. 어머니는 평생에 첼로리스트로 사셨다고 한다.


날씨 : 맑음 / 18도 / 수영장 다녀오다. / 그림 그리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