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에 갔을 때 백화점에서 수영복 하나를 사 왔다. 집에 돌아와 입어 보니 몸에 너무 팽팽하게 달라붙는 것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아 옷장 속에 넣어두었다. 그런데 얼마 전 코스코에서 사 입던 수영복이 낡아 결국 버리게 되었다. 더 입을 수 있는 수영복이 없으니, 어쩔 수 없이 그동안 고이 모셔두었던 한국 수영복을 꺼내 입고 수영장으로 갔다.

물속으로 들어가려는데 여기저기서 작은 탄성이 터져 나왔다.

“와~ 멋지다!”
“수영복 정말 예쁘다!”

나는 순간 걸음을 멈췄다. ‘수영복이 뭐라고’ 하면서

그런데 한두 사람의 말이 아니었다. 멀리 있던 할매들까지 손짓을 하며 수영복을 보더니 연신 엄지를 세운다. 물론 이곳 사람들은 원래 다른 사람의 좋은 점을 보면 자연스럽게 칭찬하는 문화가 있다. 그러니 그저 그들의 친절한 성품 덕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곳에서 제대로 된 수영복을 사려면 가격이 꽤 나간다. 한국에서도 백화점에서 8만 원을 주었으니 이곳과 크게 차이가 나는 가격은 아니다. 코스코에도 수영복이 나오지만 대략 20달러 정도라 아주 수수하고, 오래 입을 만큼 품질이 좋은 편은 아니다. 사실 수영장에 와서 한 시간 남짓 물속에 있다가 집에 가는데 굳이 비싼 수영복이 필요할까 싶다. 이곳 할매들도 대부분 코스코나 아마존에서 편하게 사 입는다.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내가 입은 수영복 하나가 수영장 할매들의 시선을 모두 끌어버렸다.

그리고 그 즐거운 일이 끝난 뒤에는 또 하나의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주부터 약속했던 우리 집 수제 피자를 먹으러 할매 여섯 명이 함께 찾아왔다. 나는 오늘 새벽 1시 반까지 피자 재료를 준비했다. 불고기, 파인애플, 말린 바나나, 구운 고구마, 양파, 피망, 가늘게 썬 상추까지 이것저것 준비했다. 치즈도 그냥 한 번만 올리지 않는다.
소스를 바른 뒤 치즈를 한 번 깔고, 토핑을 얹고, 마지막에 또 치즈를 듬뿍 올린다. 그리고 이번에는 내가 직접 만든 피자 소스에 Tomato Pesto까지 섞었다.

드디어 오븐에서 피자가 나오자 모두의 눈이 동그래졌다. 한 조각, 두 조각…… 먹기 시작하더니 멈출 줄을 모른다.

“이건 이탈리아 고급 식당에서 먹던 피자보다 더 맛있다!”

여섯 할매는 피자를 실컷 먹고도 아쉬운지 식탁에 둘러앉아 두어 시간이나 수다를 떨다가 웃고 떠들며 돌아갔다.

생각해 보니 참 신기하다.우리 집 피자는 다시 이야기를 만들어 주었다. 수영복 하나에도 함께 웃고,
피자 한 조각에도 감탄하고, 몇 시간씩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워하는 것.

만남은 행복이다.
그리고 행복은, 함께 나눌 때 더 커진다.

날씨 : 흐림 / 16도 / 수영장 다녀오다. / 할매들과 점심 핏자파티 즐기다. / 내일은 이곳 공휴일이라서 수영장 문을 안 연다. / National Day for Truth and Reconciliation (진실과 화해의 날 – 캐나다의 *원주민 기숙학교(Residential Schools)*에서 발생했던 역사와 그 후유증을 기억하고, 생존자와 그 가족 및 지역사회를 기리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