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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마리아마 바 1929년 세네갈의 수도 다카르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고 1981년 암으로 사망.

현대 아프리카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
굴레 속에서, 거듭되는 선택의 기로에 선다는 것

아프리카의 학술, 아동, 문학 부문에서 그 해 가장 두각을 나타낸 연구자와 작가를 선정하여 주는 상인 노마 상을 1980년에 수상한 작품이다.

현대 아프리카 여성의 1세대이지만 여전히 이슬람 전통의 영향 아래 있는 50대 여성 라마툴라이가 친구 아이사투에게 쓴 편지 형식으로 일부다처제를 둘러싼 두 여인의 고통과 선택, 새로운 삶에서의 번민을 담아냈다.

세네갈의 엘리트 여성으로, 12년간 교사 생활을 하고 세 번의 결혼과 이혼 끝에 아홉 자녀를 홀로 키운 작가 자신의 경험과 무관하지 않은 소설은, 이슬람 전통에 눌린 모든 아프리카 여성의 고민, 더 나아가 자신이 처한 환경으로 인해 크고 작은 선택의 기로에 놓인 모든 현대의 여성들의 고민에 대한 이야기다.

내 남자를 다른 여자에게 빼앗긴 후의 넉두리를 들어보자.

<날씬했던 내 몸매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어. 날렵하고 자유롭던 움직임도 사라졌고 숱한 걸음에 굵어진 장딴지를 가리는 헐렁한 옷 아래로 배까지 불룩 튀어나와 있었고 젖을 먹이느라 가슴도 원래으 원형에서 탄력을 잃었지. 젊음은 내 몸을 떠나 버렸어.>

남편을 빼앗기고 정신이 망가지면서 육체까지 지옥으로 떨어져가던 또 다른 여인을 보면서 의사가 한 말을 좀 들어 보자.

<디아크 부인, 부인의 머리가 건강하다는 건 제가 보장할 수 있습니다. 엑스레이상으로도 아무런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고, 피 검사도 마친가지입니다. 부인은 그저 우울하신 것 뿐입니다.. 다시 말해 행복하지 않으신 겁니다. 부인이 바라는 삶의 조건이 현실과 달라서 그것이 부인을 괴롭히는 이유가 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출산도 너무 잦았어요. 신체가 체액을 잃고 채울 시간이 없었어요. 한마디로 말해, 부인의 생명을 위태롭게 할 만한 것이라곤 전혀 없습니다. 저항하셔야 합니다. 외출도하고 살아야 할 이유를 찾으셔야 합니다.>

「(…) 여자들은 제발이지 이걸 이해하고 용서해야 해요. 육체적 <배신>을 생각하며 괴로워해선 안 됩니다. 중요한 건 마음에 있는 거니까요. 두 존재를 잇는 건 이 속에 ─ 이 말을 하며 그는 자기 심장이 있는 가슴을 쳤어 ─ 있으니까요……. 저항의 극단적 한계에 내몰린 채 나는 내 손에 닿는 것을 먹는 겁니다. 이런 말 하기 뭣하지만 따지고 보면 진실은 추한 겁니다.」
이렇게 자기 합리화를 하려고 그는 어린 나부를 <먹을거리>의 차원으로 깎아 내렸지. 이렇게, 다른 <맛>을 맛보기 위해 남자들은 아내들을 배반하지. 난 기분이 무척 상했어. 그는 내게 이해를 청했지. 그런데 대체 무엇을 이해하라는 거지? 본능의 지배를? 배신의 권리를? 변화의 욕망에 대한 합리화를? -p66~67

***** 떠난다? 한 남자와 열두 명의 아이를 낳고 25년을 살았는데 제로에서 다시 시작한다? 정신적이면서 물질적이기도 한 이 책임의 무게를 혼자 감당해 낼 힘이 내게 있을까?
떠난다! 과거를 말소한다. 분명히 늘 빛나기만 한 것은 아니었지만 명료했던 페이지를 이제 넘긴다. 앞으로 그 페이지에는 사랑도 신뢰도 위대함도 희망도 담기지 못하겠지. 난 결혼의 썩은 이면을 아직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어. 경험하지 말까! 그걸 피해 달아날까! 용서하기 시작하면 잘못이 눈사태처럼 쏟아져 계속 용서만 하게 되지. 떠나는 거야. 배신으로부터 달아나는 거야! 공유하는 남편을 기다리며 온갖 상상을 하고 조그만 소리에도 귀 기울이는 일 없이 편히 자는 거야. -p77

** 주인공은 자신이 남편으로부터 배신을 당해 홀로 자식을 키우며 살아가면서 온갖 슬픔과 고통을 감내하며 지내왔다. 자신과 아이들을 버리고 떠난 그 남편이 죽은 후 자신을 처녀때부터 좋하했던 남자로부터 구혼을 받는다. 여기에 그녀의 답변을 들어보자.

<다우다. 당신이 좇는 여자는 고통에 극도로 피폐했지만 예전과 똑같아요. 날 사랑했고 지금도 사랑해 주는 당신, 당신의 아내 자리를 받아들이는 데 필요한 유연한 마음이 제겐 없어요. 내가 당신에게 끌리는 건 존경심에서이기 때문이에요. 당신의 많은 장점들이 그 존경심을 설명해 주죠. 난 당신에게 존경 이외의 다른 마음을 줄 수가 없어요. 존경으로 부부의 삶이 정당화될 수 없죠. 그리고 무엇보다 당신 아내와 아이들의 존재도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어요. 여자문제로 버림받았던 제가 어떻게 당신과 당신 가족 사이에 아무렇지도 않게 끼어 들겠어요.>

난 남자와 여자가 어쩔 수없이 상호 보완해야 한다고 믿고 있어. 내 삶은 다시 만들어나가는 걸 포기하지 않겠어. 이 모든 실망과 모욕을 겪고도 내 안에는 희망이 살아있어. 더럽고 역겨운 부식토에서 초목이 돋아나듯이 내 안에서 새로운 싹이 고개를 내미는 게 느껴져. -p 168~169

** 이 짧은소설속의 긴 편지를 찬찬히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해 주었다.

지금도 세네갈이란 나라가 갖고 있는 역사적인 배경임에도 불구하고 본질적으로  남성이 여성을 하나의 물건으로 취급하는 그릇된 사고방식의 관습, (여성에 대한 자유억압과 권리박탈) 여전히 오늘도 자녀와 가정에 온 힘을 쏟으며 자신의 독자적인 인간으로서 나 만의 홀로서기에 대해 고민하는 현대의 여성들에게도 심금을 울려 줄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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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상 :

로매인상추 / 배 / 피망 / 잣 / 통깨
닭 구이 / 아스파라거스 / 마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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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흐리고 지금은 눈 눈 눈 / 영하 4도 / 1번 걷기 40분 / 목장예배 Zoom으로 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