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상 : 두부와 브로코리의 앙상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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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요 봄이오면 가슴이 답답하고 너무 우울해져요. 왜 그런가 생각해보니 아마도 봄에 엄마와 헤어졌던 그트라우마 때문인 것 같아요. 할머니가 된 이 나이에도 나는 봄 앓이를 한답니다.”

밤에 아는 분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내용

“아마도 내가 여섯살인가 됐을 거예요. 두살 아래 남동생과 나를 엄마가 할머니댁에 데려다 주었어요. 아버지는 군대가셨고 어머니는 살기가 어려워 돈 벌로 도시로 나가셨다고해요. 나는 밤마다 엄마가 몹시 보고싶어 이불을 뒤집어쓰고 끄윽끄윽 울곤했어요. 할머니가 아무리 잘해준다해도 어린나는 엄마품이 그리웠어요. 그 이후로 나는 봄이 오는 것이 너무 싫었어요. 금년에도 여지없이 봄은 찾아오네요.”

“그럼 엄마와 영원히 헤어졌나요?”

“아뇨, 엄마가 돈을 벌어 집으로 왔을때 머리를 자르고 펌을 하고 왔는데 아빠는 그 모습을보고 ‘바람난 년’이라며 사정없이 두덜겨 패셨지요. 엄마의 이마박에 피가터져 온 집안이 피로 물들었던 날을 뚜렷이 기억해요. 그때도 봄이었거든요.”

“그래서요?”

“당연 엄마는 그 날로 아주 집을 나가버릴 수 밖에 없었지요. 엄마가 억울하다며 한 없이 울던 밤이 잊혀지지 않아요.”

“다행히 아버지가 돌아가실때 그 분은 하나님을 믿었고 어머님께 잘못했다며 용서를 빌으시며 눈을 감으셨어요. 엄마를 놓치고 평생살아오신 당신도 불행한 삶은 마찬가지였지요.”

“그럼 어머니는 어떻게 되셨어요?”

“내가 커서 결혼하기 전까지 우린 다시 만나서 함께 살았어요. 나는 몇 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실 무렵 한국에 나가서 한 달간 병 간호 해드리고 자식으로 다 못한 마지막 효도도 해 드리고 왔어요. 어머님도 예수믿고 평안하게 생을 마감하셨어요. 그러니 두 분의 삶이 모두 다 불행했지요. 머리 펌 한 것이 뭐 그리 욕된 일이었다고… 그 때는 참 무지한 세월이었나봐요. 이렇게 속에든 말이라도 털어놓을 수 있으니 감사하네요.”

“속 답답하면 언제든지 연락하세요.”

언제나 미소지으며 조용히 살아가는 아름다운 할머니에게 이런 슬픈 가정사가 있었다니, 참으로 사람들의 속사정은 겉으로 보고는 다 알수가 없다. 양쪽부모의 사랑이나 도움없이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다음 공부를위해 힘겨운 삶을 헤쳐나가며 살아온 그 얘기를 들으면 눈물이 난다. 이제는 두 자녀모두 잘 살고있고 손자 손녀도 둔 부러울 것 없는 할머니, 오직 믿음으로 살아가는 그 분의 모습을 떠 올려보며 남은 생이 행복만 가득하기를 기도드린다.

그분을위해서 봄이 빨리 지나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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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지원이예요. 저 오늘 제 생애 처음으로 ‘Best Set Design’상을 받았어요. 아래 제 작품인데요 Grocery Store를 만들었어요. 문을 열면 그 안에 생핍품들이 들어있어요. ^^ 할머니 오늘 아주 기쁜 날이예요. 엄마 아빠도 얼른 할머니께 이 소식을 전해야 한다고 하시네요. 전 그림 그리고 이런것 만드는 것 아주 좋아해요. 야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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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11도 / 맑음 / 피부과 다녀옴, 얼굴 한 번더 ‘찍찍찍’ 뿌리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