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무가 예쁘게 자라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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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 (지금도 공감이 가는 120년 전의 상황)

칼브리의 라틴어 학교,

헷세의 자전적 엣세이 집에 수록된 ‘중단된 수업시간’은 12살의 그리스어 수업시간을 회상하면서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우리는 어느 날 오전, 따분한 교실에 앉아 글짓기를 하고 있었다. 때는 방학이 막 끝났을 무렵이었고, 결국 우리는 그 무시무시한 파란 성적표를 받아들고 아버지의 서명을 받아와야만 했다. 어린아이들 눈에는 늙은이처럼 보이지만 아직 마흔이 되지 않은 선생님은 엄격하고, 근엄하며 그리고 존경받는 분이다. 이 교실의 아이들은 주 시험을 앞두고 있는 학생들로 슈바벤 주 전체의 고전어 학계 학생들 중 소수의 뛰어난 학생들을 추려내는 과정에 있는 학생들이다. 그 좁은 문을 통과하지 못하면 예정된 학엽을 단념하고 평범한 길을 가야만 한다.

나는 선생님께 성적표를 받는 ‘벨러’의 긴장되고 겁먹은 표정을 목격했다. 다른 일들 같았다면 고통스러워할 일도 태연히 넘길 수 있는 소년이었던 ‘벨러’의 긴장된 표정은 선생님의 얼굴과 함께 내 가슴속에 깊이 간직되어지고 있다.

선생님은 일어나서 그 작은 푸른색의 성적표를 손에 들고 교실 안을 유심히 둘러 보았다. 그의 시선이 나에게 멈춰섰다. 그는 내게로 걸어와, 내 필기장을 살펴보고는 물었다. “작문은 끝났나?” “네” 하고 대답하자, 선생님은 자신을 따라오도록 내게 눈짓을 하면서 문께로 갔다. 놀랍게도 선생님은 그 문을 열고 눈짓을 하며 나를 복도로 데리고 나간 다음, 다시 문을 닫았다. “한 가지 용건을 부탁하겠다.”고 선생님은 말하고, 푸른 성적표를 내게 건네주었다. “이건 ‘벨러’의 성적표야, 이걸 가지고 그의 양친에게로 가는 거야. 그리고 ‘벨러’의 성적란 밑에 서명한 것이댜. 정말 아버지가 한 것인지 선생님이 알아보고 오랬다고 말하는 거야.”

처음엔 따분한 수업시간을 벗어난 것을 기적처럼 여기며 뜻밖의 행운이라고 ‘벨러;의 집으로 향했다. 가는 동안 길을 걸으면서 생각했다. 세상일에 대해서 어른만큼 잘 아는 ‘벨러’가 만약 아버지의 서명을 위조한 거라면, 그리고 그것이 진짜로 밝혀진다면… 이런 생각을 하게 되고, 그 가정 뒤로 이어질 사건들을 상상하게 되자, 수업시간 도중 산책을 하도록 뽑힌 행운아가 자신이 아니었더라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하게 된다. 한편으로는 성적표를 받아든 ‘벨러’의 근심스럽고 불안에 떨고 있는 얼굴을 떠올리며, ‘벨러’의 집에 가서 확인하지 않고, 이 서명은 ‘벨러’ 아버지의 것이라고 선생님께 거짓말을 해야 할지 혹은 뒤 돌아가서 ‘벨러’의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고 보고할까 고민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고약한 사건에 말려들었다고 생각하게 된다. 계속 걸으면서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만약 자신이 ‘벨러’의 편이 된다면 ‘벨러’의 협력자이며 공범자가 된다는 것이니, 결국 슬픔과 가책을 느끼면서 ‘벨러’의 집 현관 앞까지 가게된다.

나는 주머니에서 ‘벨러’의 성적표를 꺼내어 그의 어머니에게 보여드렸다. 그녀의 얼굴은 생기가 도는 발그레한 빛이었지만 아무 말 없이 성적표를 들고 있는 동안만큼은 지치고, 시들고, 늙어 보였다. 그렇게 한참이 지났다. 마침내 그녀는 성적표를 무릅 위에 올려놓고 다시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순간 그녀의 커다랗게 뜬 공허한 눈에서 커다란 눈물방울들이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그녀가 계속해서 성적표를 붙들고 자세히 살펴보려 애쓰는 동안, 내 마음속에서 솟아올랐던 그 무서운 심상이 그녀의 눈 앞에서도 줄을 긋고 지나갔다. 나는 그녀의 붉음 뺨 위로 흘러내리는 눈물을 보며 무슨 말이라도 해주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그녀는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돌아오는 길에는 붓꽃이나 물고기도 갈때 보던 구리 대장장이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벨라’가 이 벌을 받았는지의 여부를… 어떻게 받았는지를… 나는 끝내 물어보지 않았다. 우리 두 사람은 일에 대해 한 번도 한마디도 서로 이야기 하지 않았다. 나는 길을 가다 멀리서 그의 어머니의 모습을 발견하면, 아무리 길을 돌아 가야 할 형편이라고 그녀와 마치지지 않도록 하였다.

참으로 명작이다.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고 편안하게 글을 쓸 수 있는지 역시 대가는 대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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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와 단호박 그리고 치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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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16도 / 맑음 / 척추교정 / 산책 1 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