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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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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비

비가 옵니다 창유리 갈라놓은 블라인드 너머 충혈된 눈 속으로 줄지어 늘어선 시간을 적시며 미몽(迷夢)처럼 뿌옇게 비가 옵니다 째깍거리는 초침 너머 말미잘처럼 갈라진 귓바퀴 속으로 간밤에 매달린 바람 끝을 붙들고 미련(未練)처럼 아프게 비가 옵니다 하얀 입김 내뿜는 굴뚝의 삿갓 너머 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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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그녹과 루트 비어의 ‘잘못된 만남’

박상현 작가/정원사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터>, <연어 낚시 통신> 저자, 빅토리아문학회 회원 “오늘은 내가 너희들 주려고 아주 특별한 것을 가져왔어.” 아침 9시에 갖는 첫 커피 타임. 사무실에 모인 동료들이 저마다 싸온 아침거리를 꺼내던 참이었다. ‘짠돌이’로 소문난 수퍼바이저의 난데없는 말에 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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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 박상현

Oct 21, 2016  글/사진: 박상현(빅토리아문학회 회원)   ●● 검정 선글라스를 낀 이 과장 “자, 여기입니다. 이곳을 지나면 나가실 때까지 큰일이든 작은 일이든 보실 수가 없습니다. 왼쪽이 남자, 오른쪽이 여자에요.” 천천히 올라온 가을 해가 키 큰 전나무를 넘어서지 못하고 낑낑대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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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스 먼로를 아시나요? – 수필 (박상현)

Jun 24, 2016     글: 박상현 (빅토리아문학회 회원 ) #1 Rockland Ave., 한 주택 2016년 5월. 빅토리아 록랜드의 한 가정집 정원에 잔잔한 클라리넷 소리가 들린다. 그 선율에 깨어났는지 보라색 라일락꽃이 향기를 뿜어내기 시작한다. 자그마한 산책로 입구에 세워진 프랑스 작가 볼테르의 흉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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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치 어니언 스프 (French Onion Soup) – 박상현

박상현 작가/정원사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터>, <연어 낚시 통신> 저자 빅토리아문학회 회원 그날 당신께 어떤 수프를 끓여서 내놓았는지 잘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모짜렐라 치즈를 살짝 올린 프렌치 어니언 수프였던 것 같기는 하지만 샐러리 릭 토마토 당근 숭덩숭덩 썰어 넣은 채소…

박상현, 빅토리아 문학회

수필 – 창설모와 무화과 (박상현)

박상현 작가/정원사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터>, <연어 낚시 통신> 저자 빅토리아문학회 회원 뒤뜰 무화과나무에 올라선 청설모가 위태롭다. 벌써 며칠째 오르내리며 잘 익은 열매를 골라 따먹던 녀석이다. 어느새 자신의 몸을 지탱해줄 수 있을 정도로 튼튼한 가지 위에 매달려 있던 열매는 다…

박상현, 빅토리아 문학회

시 – 물망초 (박상현)

눈 맞은 물망초 곧 눈이 내릴 줄 알면서도 자그마한 물망초를 심었습니다 가슴 시린 계절 견뎌내야 고운 꽃망울 품을 수 있다 기에 안쓰러운 마음 꾹꾹 누른 채 떨리는 손 다잡으며 심었습니다 겨울 화단에 홀로 남겨질 줄 알면서도 가녀린 물망초를 심었습니다 별빛마저 사라진 동면의 밤을 이겨내야 튼실한 뿌리 키워낸다 기에 불안한 생각 꼭꼭 묶어둔 채 부러 더 매정하게 심었습니다 Forget-me-not, Forget-me-n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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