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행사를 위해 샐러드로 식탁에 오를  ‘한국 상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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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이번 행사에서 첼로를 연주해줄 여인 케터린이 우리 집을 찾았다. 수영장에서 자주 마주치는 분으로, 아직 ‘할매’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 환한 미소의 예순 중반 여성이다. 천주교 신자인 그녀는 주일마다 성당 성가대에서 첼로를 연주하고, 평소에도 오케스트라 활동으로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다.

이번 ‘아일랜드 나잇’의 무대 위치와 분위기를 미리 보면 좋겠다는 내 말에 흔쾌히 찾아온 그녀는, 마당에 놓인 작은 무대를 둘러보며 새로운 분위기라며 머리를 끄덕였다. 무대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이 따뜻해 보여, 자연스레 집 안으로 초대해 커피를 함께 마시며 이런저런 삶의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자녀는 없고, 남편은 5년 전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하필 코로나 시기, 몸이 불편해 찾아간 병원에서 췌장암 말기 진단을 받았고, 그때는 병문안도 마음대로 할 수 없던 시기라 병원에서 그를 자주 보지 못한 것이 지금도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그녀의 남편은 66세, 은퇴한 지 1년 만이었다.

그녀는 인생이 이렇게 허무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 깊은 충격을 받았고, 그 뒤로 더는 의미를 찾을 수 없다고 느껴 일을 그만두었다고 했다. 자식도 없고, 남편도 떠나고, 이제 남은 건 자신뿐. 긴 우울의 시간 동안 세상과 거리를 두고 지내던 그녀는, 성당에서 함께 연주하던 피아노 친구가 끈질기게 자신을 끌어내주며 말했단다. “이대로는 안 돼. 다시 살아야지.”

그 말에 용기를 얻은 그녀는, 자신이 살아 있는 동안 잘 살아보자 결심했고, 이후 자신의 재능을 나누며 여러 곳을 다니기 시작했다.
내가 “첼로를 연주할 수 있다니 얼마나 행복하냐. 난 그런 거 못 해.”라고 말하자,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은 그림을 그리잖아요. 우리는 다 똑같아요.”

그녀는 마흔 살에, 반려견과 산책하다 넘어지며 큰 부상을 입었고, 손가락조차 움직이지 못하는 시간 속에서 절망했었다고 했다. 그로부터 긴 회복의 시간을 지나, 다시 첼로를 잡기까지 걸린 시간은 결코 짧지 않았지만, 지금은 다시 무대에 설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고 말했다.

“나는 마흔에, 완전히 새로운 세계로 들어왔어요.”
그녀의 이 말에, 나도 깊이 공감했다.

나 역시 다섯 해 전, 삶을 뒤흔든 사고 이후 또 다른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고, 그 세계는 처음엔 참 고통스럽고 낯설었다. 그러나 나는 주저앉지 않았다.
오늘 할 일을 묵묵히 마치고, 밤이면 내가 해낸 하루를 되돌아보며 조용히 만족한다.

그녀는 행사 당일 30분 일찍 와서 집 안마당에 주차할 수 있도록 배려받은 것을 기뻐하며 돌아갔다.
자녀도 없이, 사십에 사고로 장애를 얻고, 사랑하는 남편도 떠나보낸 그녀의 삶은 외로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그녀는 고독 속에 머무는 대신, 음악으로 세상과 연결되고, 자신 안의 빛을 꺼내 사람들에게 전하고 있다.

누구에게나 아픔은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 아픔을 끌어안고서라도, 눈앞의 하루를 살아낸다.
내일은 누구에게도 약속되지 않았기에, 오늘이라는 선물에 나의 100%를 담아 살아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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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첨에 뽑힌 분들에게 줄 그림들

Saanich Sunflowers Farm 2024 : size – 20″ x 24″ Oil on canvas

Red Poppies 2023 : size – 15.5″ x 13.5″ Oil on canvas

Six Sunflowers on the Blue vase : 12″ x 10″ Oil on canvas (작은 사이즈)

노란 자두의 익어가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