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제 여권 연장 신청을 하고 Service Canada를 나와 마지막 정문으로 가려고 계단을 오르다가 문득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다. 바로 밑에 자리한 Purdy’s Chocolate 가게였다. 순간 발걸음이 멈추더니, 계단을 한 칸 더 올라가다가 다시 내려와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문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활짝 열린 매장이라 그냥 스며들듯 들어갔다.
주저할 것도 없었다. 이것저것 고르지도 않고 그저 가장 비싸 보이는 큰 통 하나를 덥석 집어 들었다. 결제를 마치고 자동차에 오르니, 운전을 도와주러 함께 온 하숙 선생님이 내 손에 든 초콜릿을 보고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아니, 이게 웬 초콜릿이에요?”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네, 저를 위해 샀어요. 같이 드시지요.”
사실, 푸디스 초콜릿 같은 건 늘 누가 선물해 주면 기쁘게 받아먹을 뿐, 내가 돈 주고 사먹은 적은 없었다. 게다가 50불이 넘는 것이라서, 평소 같으면 그냥 지나쳤을 것이다. 그런데 문득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나한테 선물하는 것도 괜찮지 않은가. 그렇게 초콜릿을 끌어안고 차에 앉으니 여러 생각이 오갔다.
하루하루 똑같은 일과 속에, 똑같은 음식을 먹으며 살아간다. 사실 단것은 몸에 그리 좋지 않다는 걸 알지만, 가끔은 일상을 벗어나고 싶다. 게다가 통증이 끊임없이 나를 괴롭히고 있으니, 마음이 더욱 그렇다. 아프다 보니 이런 생각이 자꾸 난다.
‘하이고, 인생… 아프니까 정말 아무것도 아니구나.’
그래서 결심했다. 생각날 때 사입고, 사먹고, 놀러도 가자. 나중은 없을수도 있다. 그렇게 살다가 마지막 순간에 후회 없이 떠날 수 있다면 그게 제일 좋은 게 아닌가. 그렇게 웃으며 스스로를 달래 본다.
오후에는 교회 집사 내외분이 정성껏 준비한 저녁을 직접 들고 찾아오셨다.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이렇게 사랑이 넘치는 교우들이 곁에 있다는 것이 큰 위로다. 아픔 속에서도 따뜻한 손길을 느낄 때, 다시 살아낼 힘이 생긴다. (맛이 정말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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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맑음 / 18도 / 수영장에도 갔지만 움직임은 제한되어 있어 45분하고 왔다. / 어제사온 초콜릿을 맛 있게 먹고, 마리화나와 통증 약도 먹고 하루 또 견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