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생긴 놈이 그림에는 모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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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 집 대문은 닫지 않는다. 예전에는 누군가 다녀갈 때마다 “대문 꼭 닫고 가세요. 사슴이 들어옵니다.” 하고 신신당부하곤 했다. 늘 대문 관리에 신경을 썼던 것이다.

그런데 지난달 수영장에 가던 길, 골프장 옆 도로에서 사슴 세 마리가 내 자동차 앞을 건너는 광경을 보았다. 모든 차량이 멈춰 서서 그들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가까이서 본 사슴들은 뼈와 가죽만 남은 듯 앙상하게 말라 있었다. 충격이었다.

어제는 하숙 선생님이 집에 들어오면서 말했다.
“바로 앞에서 사슴을 봤는데 너무 말랐더군요. 대문 닫지 말죠. 들어와서 좀 뜯어 먹게요.”
나는 순간 놀랐고, 사슴들의 먹을거리가 그렇게 부족한가 싶어 그대로 따르기로 했다.

이 집에 이사 온 지 15년. 처음엔 산과 나무가 울창했는데, 몇 년 지나지 않아 산을 깎고 나무를 베어내며 콘도가 수도 없이 들어섰다. 지금도 공사는 멈추지 않는다. 그러니 산속 짐승들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가끔 곰이 내려왔다며 자동차 문단속을 하라는 경고문이 붙기도 했다. 곰 역시 먹을 것이 없어 사람 사는 동네로 내려오는 것이다.

밤에 누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우리 집에는 냉장고 두 대, 김치냉장고, 그리고 냉동고까지 있어 음식이 넘쳐난다. 두 사람이 살면서도 냉동실마다 식재료가 꽉 차 있다. 제때 먹지 않으면 채소는 시들어 버리고, 남는 음식은 쓰레기가 되기 일쑤다. 그런데 나는 꽃 몇 송이, 연한 잎 몇 개를 사슴이 따 먹는다고 철저히 막아내려 했다. 정말 이기적이었다. 반성하고 또 반성하게 된다.

앞으로는 사슴이 봄에 들어와 꽃밭에서 장미 봉오리를 따 먹어도 괜찮다. 연한 잎사귀를 베어 먹어도 내어주리라. 인간이 만든 철조망과 담벼락이 그들에게는 생존의 벽이었음을 이제야 깨닫는다. 아프고 나서야 철이 드는 모양이다.

생각해 보면 자연은 늘 우리에게 충분히 베풀어 왔다. 우리가 탐욕을 부리며 산을 깎고 숲을 없애지만 않는다면, 사슴이 우리 꽃밭에 들어와도 그것은 나눔이지 피해가 아니다. 꽃 한 송이를 사슴에게 내어줄 수 있는 마음, 그것이야말로 자연과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길일 것이다.

**오후에 교우 한 분이 방문해서 이렇게 많은 먹거리를 주고갔다. 본인도 아픈 사람인데 나를 배려해주는 그 마음이 너무 고맙다. 잘 먹고 힘내겠습니다.  송편 / 냉동 양념게장. 흠… / 소고기 2팩 / 포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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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맑음 / 19도 / 수영장에가서 20분, 물속 걷기했다. 주말에는 아이들이 너무 많아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