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에 감자를 갈아서 꼭 짠 후에 찹쌀을 절반쯤 섞어서 콩과 야채 그리고 견과류를 넣고 압력밥솥에서 50분 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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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마리화나 젤리 두 개를 먹었다.

의사가 처방해 준 약은 먹지 않고 이것만 시험해 보기로 했다. 사실 통증이 심하면 이 약 저 약 섞어 먹다 보니 어느 쪽에서 효과가 나는지 알 수 없게 되었고, 그래서 오늘은 하나씩 천천히 먹어가며 내 몸의 반응을 살펴보기로 결심했다.

젤리를 먹고 두어 시간이 지나자 머리가 몽롱해지고 기억이 흐려지는 느낌이 찾아왔다. 통증이 확 줄어들었느냐고 묻는다면 그렇지도 않았다. 오히려 아픈 부위는 그대로 남아 있는데 정신이 흐려지고 눈꺼풀이 무거워지는, 뉴스나 이야기로만 들었던 그 상태와 정면으로 마주한 것이다. 나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 바로 이 느낌이구나.’ 하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자세히 말하면 상황은 이랬다. 통증은 여전히 존재하되 그 통증을 깔끔하게 덮어주지는 못하고, 대신 정신과 감각의 테두리를 흐리게 만들었다. 통증은 계속되고 정신은 흐려지며, 머리 속 생각의 실타래가 풀리듯 방황했다. 그 불편한 감각은 내게 생경하고도 고약한 체험으로 남았다.

‘아이고, 이건 아니다.’ 아무리 통증이 심해도 이 상태를 반복하면 내 머리가 멍해져서 예전의 나도, 남의 머리도 구분 못할 정도로 흐려질 것이 분명했다. 남은 젤리는 한 봉지는 남겨두었다. 그건 비행기 탈 때나 한두 알 정도 먹어볼 생각이다. 지난주에 ‘세상에 나온 것 다 먹어본다’고 큰소리쳤던 나는, 이제 그 말이 얼마나 가벼운 허풍이었는지 깨닫고 소리 없이 웃음이 나왔다.

이달 29일 한국의 전문의를 만나기까지, 나만의 통증 관리법을 만들어가고 있다. 오늘부터는 처방약과의 균형을 맞추며, 일반 에드빌 두 알을 처방약 사이에 먹어가며 통증을 조절하고 있다. 마리화나의 세계에 잠깐 머물러본 것은, 이상하게도 내 삶 속 작은 추억 하나로 남았다. 그 시간은 부드럽지도 완전한 치유도 아니었지만, 아픈 날들의 한 장면으로 오래도록 떠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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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17도 / 오후 5시에 수영장에가서 30분 물속 걷기하고 왔다. 이 시간에는 아이들이 거의 없어서 아주 편하게 운동하고 왔다. / 교회는 지난주도 오늘도 못 갔다. / 한국에 가져갈 병원 기록 카피하기와 여러군데 병원예약 취소 등등 출국이 코 앞에 다가와서 나름 바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