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영장에서 있었던 에피소드 하나를 적어본다. 샤워를 마치고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있었는데, 오후에 시내 Service Canada에 여권을 픽업하러 가야 해서 나는 부지런히 화장을 하고 있었다.
그때 내 무릎 위에 올려놓은 영양크림을 보더니 아는 할매 한 사람이 다가와서 묻는다.
“그거 한국제야? 한국 화장품이 최고라는데, 캐나다에서는 없는 재료를 쓴다면서? 나도 좀 손에 찍어 봐도 돼?”
그리고는 한국 여자들은 어쩜 그렇게 멋지고 예쁘냐며 칭찬을 아낌없이 늘어놓는다.
나는 속으로 웃음이 났다. 사실 나는 특정 브랜드를 사서 쓰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냥 누가 선물해 주면 감사히 받아서 잘 바르고, 또 신기하게도 부작용 없이 내 얼굴에 늘 잘 흡수된다. 그래서 할매에게 웃으며 말했다.
“허허허, 많이 찍어 발라도 돼요. 이거 덕분에 나도 아직 사람 구실 하고 있죠.”
그러자 옆에 있던 다른 할매들이 “정말 한국 화장품은 최고야!” 하면서 맞장구를 치는데, 나는 농담을 하나 던졌다.
“근데 여러분들 내 말좀 들어보소, 지금 이 차림으로 한국 가면 길거리에서 뭐라 하겠어요? 분명 깊은 산속에서 문명과는 담 쌓고 살던 사람이라고 할걸요.” 그 말을 하자, 어느 할매가 끼어든다. “맞아, 한국 여자들 모두 날씬하고 멋져. 우리는 여기서 아무거나 껴 입고 다니는데 한국 여자들은 정장 차림으로 거리를 나서더라.”라고 말해 탈의실은 금세 까르르 웃음바다가 되었다.
생각해 보면 참 신기하다. 화장품 하나에도 이렇게 한국 이야기가 스며들어 있다니. 어쩌다가 한국이 이처럼 세계적인 화장품 브랜드를 내놓고, 멋진 의류를 만들고, 축구 잘하는 손흥민을 내보내고, BTS와 한국 영화로 전 세계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게 되었을까?
나는 결코 이게 우연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인들이 수십 년간 땀 흘리며, 치열하게 경쟁하며, 넘어지면 다시 일어서기를 반복해 온 시간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 치열한 삶의 흔적이 화장품 병 하나에도, 음악 한 곡에도, 축구공 하나에도 담겨 세계로 흘러간 것이 아닐까.
탈의실에서의 짧은 대화는 그냥 우스운 에피소드였지만, 돌아오면서 마음속에 묘한 자부심이 일었다. 내 얼굴에 바르는 작은 크림 하나가 사실은 한국인의 땀과 열정이 녹아든 결과물이라니, 괜히 기분이 뿌듯해졌다. 이 처럼 내게는 매일 즐거움이 따라다닌다. 내 통증은 여전하나 이런것들이 잠시잠시 고통을 멈추게 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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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우 부부께서 근사한 식당에 초대해서 저녁을 잘 대접받고 용돈까지 듬뿍 받아왔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치료 잘 받고 오겠습니다.
정일수님이 새벽에 현관 문 앞에 두고간 맛있는 국과 찌개들, 점심에 너무 맛있게 먹고 남은것은 이틀동안 반찬 안해도 될 듯하다. 한국 사람들 정말 멋지고 의리있다. 감격의 연속인 나의 하루하루다. 잘 먹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