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미국에 살고있는 나보다 두 살 많은 남자분의 전화를 받았게됐다. 평소에 나는 그분을 ‘오라버니’라고 부른다. 특별한 용건이 있는 사이는 아니고, 일 년에 한두 번쯤 서로 아직 살아 있음을 확인하는 정도의 관계다.
내가 얼마 전 한국에 다녀왔다고 하자, 그분도 몇 달 전에 한국에 다녀왔다고 했다. 아주 오랫만에 친구들을 만나러 갔는데, 그 여행이 아마도 마지막이 될 것 같다고 조용히 말했다. 왜 그런 생각을 하느냐고 묻자, 한숨부터 내쉰다. 친구들이 많이 세상을 떠났고, 겨우 두 사람을 만났는데 한 사람은 다리가 아파 지팡이를 짚고 나왔고, 다른 한 사람은 눈이 잘 보이지 않아 아내의 손을 잡고 나왔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하며 그는 친구를 만나면 반갑기보다 오히려 더 서글퍼진다고 했다. 남의 일이 아니라 곧 자기 차례가 될 것 같은 느낌이 코앞까지 와 닿아 마음이 가라앉는다고 했다. 젊을 때는 아무때나 만나도 반가워 어쩔줄을 모랐고 할 이야기가 넘쳤는데, 나이가 드니 모이면 반가움보다 아픈 곳 이야기, 병원 이야기, 약 이야기만 오간다며 씁쓸해했다.
전화를 끊고 한동안 마음이 무거웠다. 나이 든다는 것은 친구가 하나둘 줄어드는 일이고, 만남조차 조심스러워지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이렇게 전화 한 통으로 서로의 안부를 묻고, 아직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큰 위안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이런 마음으로 시 한 수 적어본다.
겨울의 한복판이다
비는 치럭치럭
하늘은 말수가 적다
봄을 부르기엔 아직 멀고
꽃은 피어야 할 이유를
조용히 가슴에만 품고 있다
전화기 너머로
아프다는 소식
떠났다는 소식이
나이처럼 차곡차곡 쌓인다
시간은 줄어들수록
더 또렷해진다
남은 날들은
아껴 써야 할 선물이다
비 오는 겨울 한가운데서
아픈 이야기 대신
오늘의 햇빛을 말하고
내일의 약속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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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10도 / 흐림 / 교회 다녀오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