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 진료가 있었기 때문이다.

2년 전 녹내장 수술을 했던 왼쪽 눈은 현재 안압이 크게 높지는 않지만, 간단한 시술을 해두면 좋겠다는 의사의 권유를 들었다. 눈에 관한 일이라 마음 한편에 두려움이 스쳤으나, 매일 약을 넣는 것보다 오히려 더 안전하다는 설명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대기실 의자에 앉아 내 이름이 불리기를 기다리는 동안, 자연스레 주변에 앉아 있는 노인들을 바라보게 되었다. 한 노부부는 할머니의 이름이 불리자, 할아버지가 “당신 이름이잖아.” 하면서 걸음이 불편한 아내의 손을 다정히 잡아 이끄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잠시 후, 다른 진료실에서 나오는 또 다른 노부부가 보였다. 이번에는 반대였다. 기운 없이 비틀거리는 할아버지를, 할머니가 단단히 붙잡고 함께 걸음을 옮긴다.

늙어서도 서로의 손을 놓지 않는 부부야말로 참으로 복된 이들이다. 그들 또한 지난 세월 속에서 수많은 다툼과 굴곡을 겪지 않았을 리 없겠지만, 이제는 그 모든 것을 넘어 서로를 의지하며 나아가는 모습이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어느새 그들의 모습이 내 앞에 가까이 다가와 있다.

나 역시 하루하루, 제대로 걷기 위해 마음을 기울이며 살아간다. 글을 쓸 때는 여전히 힘이 넘치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마음 종종 가라앉는 생각들이 스며들때면 나는 스스로에게 “내게 힘빼는 것들은 나가라, 썩 물러가라”고 다그치며 마음을 일으켜 세운다. 그런 순간의 나 자신이 때로는 기특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늙음은 분명 서글픈 일이다. 그러나 누구도 그 길을 피할 수 없기에, 억울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결국 이 시간을 어떻게 채워나갈 것인가는 각자의 태도에 달려 있다.

집에 돌아와서는 그림을 그리고, 피클도 담그고, 수요일에 올 손님들을 맞을 준비를 조금 했다. (수요일에는 밴쿠버에서 세 사람이 찾아온다. 쑥을 캐 갈 생각에 잔뜩 기대에 부푼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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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맑음 / 9도 / 내가 매일가는 수영장은 3주간 정규점검시간이라 못간다. 이웃동네 수영장으로 나들이 가야할 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