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간식으로 모짜렐러 치즈 넣은 붕어빵 : 고소함의 극치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수영장 안은 말 그대로 물 반, 사람 반이었다.
이렇게 갑자기 사람이 몰린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동네 다른 수영장이 1년에 한 번 있는 보수공사와 대청소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덕분에 오늘 이곳은 임시 피난처가 됐다.

대충 세어 보니 60명이 넘었다. 그런데 이상하다. 남자는 딱 두 명이다.
매번 느끼는 일이지만, 남자들이 일찍 가는 이유가 여기에 다 있는 것 같다.

운동 대신 소파에 길게 누워 TV를 보다 잠드는 인생.
몸에 좋지도 않은 칩스와 초콜릿을 안주 삼아 리모컨을 움켜쥔 채로 말이다.
내 친한 샌디 할매도 늘 그 얘기를 한다.
“우리 영감이 딱 그랬어. 그러다 일찍 갔지 뭐.”
말끝에 붙는 ‘끌끌’ 혀 차는 소리가 아주 현실적이다.

그러니 어쩌겠나.
사람은 다들 자기 편한 방식으로 살다가 가는 것 아니겠나 싶다.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의  죠이스 할매가 나타났다.
내가 한국에 다녀오는 동안 몇 달을 못 봤으니, 거의 4개월 만의 재회다.
우리는 물속에서 자연스럽게 허그를 했다.
수영장 물속에서 하는 포옹은 이상하게도 더 진하다.

운동이 끝나고는 늘 그렇듯 핫탑으로 이동했다.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면 수다도 자동으로 끓는다.
밀린 이야기들이 보글보글 올라온다.

죠이스 할매의 얘기 순서는 늘 같다.
한국 음식 이야기 → 한국 드라마 이야기 → 그리고 반드시 한국 남자 배우가 얼마나 잘생겼는지로 이어진다.

죠이스는 젊은 한국 배우 얘기만 나오면 목소리가 반 톤 올라간다.
그러다 슬쩍 나에게 귀띔하듯 말한다.
“엘리샤, 솔직히 말해도 돼?”
그리고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한다.
“아무리 봐도 말이야, 우리 백인들은 근사한 사람을 찾기가 힘들어.
특히 남자들 말이야. 히 히 히”

죠이스의 한국 사랑은 이미 내가 여러 번 글로 쓴 바 있다.
오늘도 한국 남자들이 얼마나 근사한지 이야기하면서
눈썹까지 부르르 떤다.
도대체 한국이 죠이스에게 무슨 짓을 한 걸까.

생각해 보니 이유가 아주 없는 건 아니다.
내가 몇 해 동안 가까운 할매들을 1년에 두 번씩 집으로 초대해
한국 음식을 대접하곤 했다. 할매들이 그때부터 다들 김치와 불고기, 잡채에 마음을 빼앗겼고

특히 죠이스는 그 이후로 완전히 한국에 빠져버렸다.

오늘 주제 만화를 그리려고 죠이스 할매 사진이 들어있는 내 웹사이트를 뒤졌다.
작년 봄에 우리 집에 다녀갔던 할매들 얼굴가운데 죠이스 할매의 사진이 어찌나 작던지.
그런데 AI가 죠이스 얼굴을 놀랍도록 비슷하게 뽑아 주었기 때문에 만화는 아주 그럴듯하게 완성됐다.

한국 문화 사랑, 한국인 사랑, 한국 음식 사랑을 실컷 늘어놓다가
죠이스는 자기가 즐겨 본다는 한국 요리 채널 “Aron and Claire”도 알려준다.
“쉐프 애론이 아주 쉽게 가르쳐 줘. 보기만 해도 요리가 하고 싶어져. 그런데 말이야, 남편이 요리를 하면 아내가 꼭 뒤에서 ‘그거 더 넣어라, 빼라’ 하면서 훈수를 둔다니까.” 하며 까르르 웃는다.

아무래도 죠이스는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나
핸섬한 한국 남자와 한 번은 꼭 살아봐야 할 것 같다.

부디 그땐 잘생긴 건 기본이고,
요리도 척척 해내고, 성질까지 좋은 사람이면 좋겠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날씨 : 맑음 / 수영장 다녀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