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정원에 활짝 핀 hellebore 혹은 lenten rose라고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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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 하숙 선생님이 검정 골덴 바지 하나를 들고 와서 내민다.

“이것 좀 제 몸에 맞게 수선해 주실 수 있을까요?”

“당근이지요. 누워서 떡 먹기예요. 으흐흐.”

이렇게 해서 나는 또 바지 수선 주문 하나를 맡게 되었다.

평소 루틴대로 이층에 올라가 낮잠을 자려던 참이었는데, 그 순간 문득 돌아가신 엄마의 말씀이 떠올랐다.

“할 일 있으면 미루지 말고 곧바로 하거라.”

마치 유령의 목소리처럼 그 말이 내 귀를 스치고 지나갔다. 나는 이층으로 올라가려던 발걸음을 멈추었다. 재봉틀과 바느질 바구니를 들고 식탁 모서리에 자리를 잡았다.

바지 가랑이 밑단에 자를 곳을 표시하고 가위질을 했다. 잘린 부분이 풀어지지 않도록 지그재그로 박고, 다시 단을 곱게 접어 박음질을 하니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잠시 후 하숙 선생님이 바지를 입어 보더니 환하게 웃으며 말한다.

“딱 맞네요!”

그 얼굴을 보니 나도 괜히 흐뭇해진다.

우리 집 하숙집 할매는 요리도 하고, 옷 수선도 하고, 겨울에 너무 추워 미용실 가기 싫다면 가끔씩 머리도 잘라 준다.

하하하.
이렇게 편한 하숙집이 또 어디 있을까? 라며
가끔은 나 스스로를 이렇게 슬쩍 위로해 보기도 한다.

사실 이런 일들은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재미있어서 하는 일들이다. 무슨 일이든 재미가 없고 마음이 무거우면 일이 잘 되지 않는다. 그런데 나는 이상하게도 하는 일마다 즐겁다. 어쩌면 이것이 보통 사람들과 조금 다른 내 성격인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낮 동안 이것저것 부지런히 일을 하고 나면, 밤에 잠은 꿀처럼 달고 꿈도 화사하게 꾼다. 아름다운 하루를 마감한다.

날씨 : 비 / 수영장 다녀오다. / 옷 수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