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 들이 매일 다투어 피고있다. purple Croc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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죠이스 할매는 자타공인 한국 드라마 왕이다.

나는 한국 드라마를 볼 기회가 없다.
집에 TV도 없고, 넷플릭스도 보지 않는다.
내 하루는 정원과 책, 수영장과 그림 그리고 글쓰기로 채워진다.
그런데도 나는 최신 한국 드라마의 줄거리와 등장인물의 감정선까지 줄줄이 꿰고 있다.
이유는 단 하나, 죠이스 때문이다.

수영장 핫탑에서 죠이스를 만났다.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세상 시름이 풀어지는데,
그 위에 죠이스의 드라마 평론까지 더해지면 그곳은 거의 방송국이 된다.

언제나처럼 해학적인 이 할매는
내가 한국인인 것을 몹시도 다행스럽게 여긴다.

“엘리샤, 네가 한국인이라서 내가 얼마나 든든한지 몰라.”
무슨 한국 드라마 홍보대사라도 되는 듯한 눈빛이다.

지난 2022년에 종영된 드라마 서른, 아홉을 본 모양이다.
할매의 목소리는 이미 감정에 젖어 있었다.

“엘리샤, 드라마 서른, 아홉 마지막 회를 보고 나는 울었어.”

나는 물었다.
“왜? 그렇게 슬펐어?”

죠이스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말했다.

“아니, 다 끝나서… 드라마가 더 계속되지 않는다는 것이 슬퍼서…”

그러더니 금세 울음이 터질 듯하다.
등장인물들이 마치 자기 동창생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들의 우정이 자기 인생 한 페이지였던 것처럼 말이다.

나는 속으로 웃었다.
등장인물보다 더 진지한 시청자라니.

죠이스는 드라마를 본 다음 날이면
어김없이 나에게 ‘보고’를 한다.
누가 누구를 사랑했고,
누가 아팠고,
누가 떠났고,
누가 다시 돌아왔는지를 마치 전쟁 속보 전하듯 이야기한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듣는다.
드라마를 한 편도 보지 않았지만
이미 모든 장면을 다 본 사람처럼 말이다.

핫탑의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고
죠이스의 눈도 촉촉해진다.

드라마는 끝났지만
죠이스의 감동은 끝나지 않는다.



세상에는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도 있지만
드라마를 진심으로 살아내는 시청자도 있다는 것을
나는 오늘도 깨닫는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나는 한국 드라마를 보지 않아도 괜찮다.
내 곁에는 이미
매일 생중계로 감동을 전해주는
죠이스 할매가 있으니까 말이다.

이러니까 나는 여러가지로 이득보면서 살고있는 럭키 우먼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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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맑음 / 약간 쌀쌀했으나 낮에 햇볕이 나서 좋았다. / 내일은 교회 처음 온 교우 가족 초청날이다. / 소설 ‘천개의 찬란한 태양’ (저자 할레드 호세이니)읽기 시작했다. 이 소설은 전쟁과 억압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여성들의 사랑과 희생, 그리고 희망을 그린 소설이라는 평을 받고있다. 어제부터 시작하여 오늘까지 1/3 읽었다. 총 574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