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쿠션 커버가 너무 낡아 있었다. 색은 바래고 모양도 뒤틀려 제 모습을 잃은 지 오래였다. “저건 버려야지…” 하면서도 차일피일 미루기만 했다. 새로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은 지도 꽤 오래되었다.
그러다가 저녁을 끝내고 재봉틀을 꺼냈다. 오래된 카바를 벗겨내고 새 흰 천을 잘라 박음질을 시작했다. 재봉틀 돌아가는 소리가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정겹게 들렸다. 의자 등받이에 둘 쿠션이라 정교할 필요는 없었다. 흰 천 위에 색펜으로 조심스레 그림을 그렸다. 대충 그린 그림이지만, 그냥 밋밋한 흰 천으로 있는 것보다는 훨씬 생기가 돈다. 해바라기 꽃 몇 송이와 잎사귀 그리고 받침대를 대충 그렸는데 새 옷을 입은 듯 환해졌다.
무엇이든 그렇다. 조금만 손을 보면 달라진다. 크게 돈을 들이지 않아도 되고, 대단한 기술이 없어도 된다. 손길이 닿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물건은 다시 살아난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 손을 움직인 내 마음도 함께 살아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아침에 세수만 하고 거울 앞에 서 있는 내 모습을 보면, “아이고, 저 거울 속의 할매는 누구고?” 하며 슬쩍 고개를 돌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아무 손질도 하지 않은 얼굴은 세월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그 솔직함이 싫은 것은 아니지만, 그대로 세상 밖으로 나가기에는 조금 용기가 필요하다.
나는 화장품을 만든 사람들에게 늘 고마운 마음을 갖는다. 생얼로 다닐 자신이 없는 나 같은 사람에게, 화장을 하고나면 작은 자신감을 선물해 주기 때문이다. 기초를 바르고, 파운데이션을 살짝 두드리고, 입술에 색을 얹으면 얼굴이 한 톤 밝아진다. 그러면 사람들은 “오늘 얼굴이 환하시네요.” 한마디 해 준다. 그 한마디가 또 하루를 가볍게 만든다.
어제는 아침 일찍 H Mart에 갈 일이 있었다. ‘잠깐 다녀오는데 뭐’ 하고 대충 모자를 눌러쓰고 나갔는데, 하필이면 정문에서 아는 사람을 만났다. 순간 마음속에서 “애구구~ 역시 쇼핑몰에 나올 때는 화장을 해야 했는데.” 하는 소리가 튀어나왔다. 나는 급히 웃으며 인사를 하고 마켓 안으로 들어갔다.
그렇다고 해서 매일 완벽하게 꾸미고 살 필요는 없다. 다만, 물건이든 사람이든 조금씩 손을 보며 살아가는 태도는 필요한 것 같다. 낡은 쿠션을 새 천으로 감싸듯, 내 얼굴에도 작은 정성을 더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것. 그것이 나를 사랑하는 방식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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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fore

After

날씨 : 9도 / 흐림 / 수영장에는 못갔다. 다음주도 며칠 못가게 됐다. 자동차 브레이크 오일이 조금씩 새어서 새 파트를 오더했는데 며칠 걸려야한단다. 내일 목장예배가 있는데 같은 목원한테 ride 부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