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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 ‘카톡’ 알림 소리가 울렸다.
무심코 열어보니 처음 보는 영어 이름이었다. 요즘은 워낙 스팸이 많아 낯선 이름에는 자연히 경계심이 먼저 든다. 나는 영어로 “Who are you?”라고 물었다. 그러자 오래전에 나를 알던 사람이라고 영어로 답이 왔다.

요즘 세상에 그런 말은 오히려 더 의심스럽다.
나는 더 대꾸하지 않고 메시지를 지워버렸다. 그런데 한참 뒤 다시 카톡이 들어왔다. 이번에는 나더러 “guess 해보라”면서 내 한국 이름 ‘haksin’을 적어 보낸 것이다.

이곳에서는 거의 공식적으로 ‘Alicia’로 쓰고 있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haksin’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사람은 주변에 단 한 명도 없다. 순간 고개가 갸우뚱해졌다. 어떻게 이 이름을 알지? 하지만 내 일도 바쁘고 괜히 신경 쓰고 싶지 않아 다시 삭제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이 되었다.

40여 년 넘게 알고 지낸 연세 많은 지인에게 전화를 거는데, 그 전화가 곧바로 어젯밤 그 카톡 계정으로 연결되는 것이 아닌가. 순간 등골이 서늘해졌다. ‘이건 또 뭐지?’ 단순한 우연일까, 아니면 누군가의 장난일까.

최근 뉴스에서는 개인정보 유출, 계정 도용, 피싱 사기 같은 이야기들이 끊이지 않는다. 남의 일처럼 보았던 일들이 내 문 앞까지 와 있는 느낌이었다. 나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그 계정을 스팸 처리해 완전히 차단해 버렸다.

다행히 지금까지는 추가 메시지가 들어오지 않고 있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는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남아 있다. 내 컴퓨터에는 오랜 시간 써온 글과 자료, 소중한 기록들이 들어 있다. 8년 전 웹사이트가 공격을 받아 새로 만들느라 글도 못 쓰고 힘들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의 당혹감과 허탈함을 다시 겪고 싶지는 않다.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교회를 다녀와 저녁을 준비하고,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 만화를 만들고 글을 쓴다. 기술은 무섭기도 하지만, 잘 배우면 참 유익한 도구이기도 하다. 만화 만들기, 이제는 옷 색깔도 마음대로 바꾸고, 배경도 정교하게 만들어내며 하나씩 익혀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배우고 정리하는 기쁨은 나이를 묻지 않는다.

세상은 복잡해졌지만, 나는 여전히 배우고, 기록하고, 조심하며 살아간다.
조심조심, 그러나 멈추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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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맑음 / 교회 다녀오다. / 자동차가 정비소에 가 있어서 교회 서성철 집사님 부부가 교회 오가는길을 도와주었다. 너무 감사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