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을 다녀오는 길에 살아 있는 조개와 홍합을 사 왔다.
나는 가끔 우동을 끓일 때 해물을 넉넉히 올려 먹는 것을 좋아한다. 바다 향이 올라오는 한 그릇은 그 자체로 작은 축복이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내일 점심 준비를 해 두려고 찬장을 지나는데, 깨소금 단지 바닥이 훤히 보인다.
“애궁, 저거 미리 안 해 두면 막상 요리할 때 아쉽지.”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웍을 꺼내 불에 올렸다. 주방장은 재료가 떨어지기 전에 먼저 움직여야 한다.

솔직히 말하면 깨 볶는 일은 조금 귀찮다.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지만 불 앞에 서서 계속 저어야 한다. 나는 대부분의 식재료를 제때 준비해 두는 편이지만, 이상하게도 깨는 가끔 미루게 된다.
그러나 프로는 ‘아쉬움’을 남기지 않는다. 필요할 때 바로 꺼내 쓸 수 있도록 준비해 두는 것이 기본이다.

깨가 팬 위에서 “따, 따, 따” 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그때가 가장 중요한 순간이다. 그 소리를 듣고 재빨리 불을 끈다. 그리고 남은 열로 약 5분간 더 볶는다. 불을 세게 오래 두면 금세 타 버리니, 불 조절이 실력이다. 그렇게 하면 색 고운 황금빛 깨가 완성된다. 고소한 향이 부엌 가득 퍼진다.

이왕 볶는 김에 한 판 더 볶았다. 누군가에게 한 통 나누어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좋은 것은 나누어야 더 향기롭다. 집 안 가득 퍼지는 깨소금 냄새는 마음까지 따뜻하게 한다.

따끈할 때 깔때기를 이용해 좁은 깨 통에 옮겨 담고, 날짜를 적은 표까지 붙여 놓는다.
그 순간, 나는 혼자 중얼거린다.
“하하하, 제법 프로패셔널 주방아줌마다.”

주방의 일은 마음가짐에 달려 있다.
억지로 하면 세상에서 가장 지겨운 일이지만, 가족의 건강을 생각하며 좋은 재료를 고르고 색을 맞춰 한 접시를 완성하면 먹는 사람은 즐겁고 만드는 사람은 행복하다.

깨 한 통에도 정성이 들어가야 한다.
그 정성이 쌓여 한 끼 식탁이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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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맑음 / 9도 / 수영장 다녀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