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집안 구석구석 청소를 했다. 잘 안 쓰는 물건들하나씩 끄집어 내 보니까 무심히 지나쳤던 집안 일들이 일일이 들어나는데 참으로 장관이다. 손님들이 오면 눈에 보이는 곳만 대충 치우고 살아왔던 우리집아닌가.

부엌에는 창이 많다. 마당과 창문 거리는 멀어서 밖에서는 창문을 닦을 수 없는 우리집이다. 그나마 겨울에 비가 많이 오기 때문에 그럭저럭 지내온 것 같다. 집안으로 들어오는 현관 문 쪽의 유리를 가만히 들여다보니 밖에서도 닦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청소 도구를 들고 나갔다. 아이구나, 실컷 손이 닿지않은가. 물론 현관쪽에 있는 창문 하나만이다. 어쨌던 이것도 모르고 8년동안 이 창문에 손을 대지 않고 지낸 나의 무관심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나는 이 집에 오는 날 부터 집 안에서는 부엌 창문 청소를 할 수 있지만 밖에서는 못 한다는 생각을 처음부터 내 머리속에 집어 넣었던 모양이다. 시도도 해 보지않고 그랬으니 창문에게 너무 미안하다. 이번 페인트 한 이후 사정없이 물건들을 갔다 버리고 있다. 뭐 좀 쓸 만할 것 같아서 창고에 넣어두었던 것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먼지가 쌓이고 녹슬어가고 있었다. 버리지 못하는 것도 병이다. 늙은이들이 가장 못하는 것이 쓸모없는 것들을 움켜쥐고 버리지 못 하는 것이라고 한다.

책상위에 늘어져 있던 물건들도 다 자리를 잡았고 오랫만에 컴퓨터 키 보드도 정성스럽게 청소 했다. 작은 먼지 입자들이 호르르 날라 떨어진다. 이십 여년간 쓰고있는 키 보드는 내 친구와도 같은데 사용만했지 청소다운 청소를 못해주었다. 이것도 참 미안하다. 정리를 하고보니 그림그리는 방도 덕분에 꾀나 넓어졌음은 물론이요 참으로 차분하고 고요한 분위기다.

무관심해서 창문을 못 닦아온 일에서 가까운 내 이웃을 더 살펴줘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됐다. 창문의 안과밖에 반짝이듯 나도 내 이웃들과함께 반짝이는 삶을위해 더 많이 노력할 것이다.

하루의 행동속에는 언제나 배움이있다. 휴식을위한 음악도 내 영혼을 맑게해주는 고요한 밤이다. 감사한 마음으로 자리에든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날씨 : 17도 / 더웠음 /